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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기업들 해외에 있다는 현금자산 알고보니 본국에..과세 논란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미국 재계에서 역외 자산의 본국 송환시 세율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 간판 기업들의 장부상의 역외 현금자산이 실은 본국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 기업들의 역외 현금 자산은 총 1조7000억 달러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이중 상당분이 사실상 본국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소프트웨어업체 MS, 데이터스토리지업체 EMC등 일부 기업의 경우 해외 지사의 보유 현금 중 4분의 3 이상을 달러나 미 정부채 및 회사채 등에 투자해 미 은행권에 예치해두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MS의 경우 지난해 9월말 현재 전체 현금 자산 666억달러의 87%를 해외에 예치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해외 현금 자산 580억달러 가운데 약 93%가 미국 국채 및 회사채, 모기지 증권에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

EMC는 동일 시점 기준 현금 자산 총 106억달러 중 51억달러를 해외에 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 2011년 하원 보고서에 의하면 이중 75% 이상을 미국이나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관계자는 “미 기업의 해외 계열사들이 현금 자산을 미 은행에 달러화로 예치한 것은 환(換)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에 예치돼 있지만 장부상 해외 계열사가 보유한 것으로 돼있는 현금자산은 세법상 해외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미 당국이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 현행법상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 3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그간 미 기업들은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못해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면서 세금 인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해외 현금 자산의 대부분을 본국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 기업들의 이같은 주장을 무색케하고 있다. 사우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의 에드워드 클레인바드 교수는 “미 기업의 해외 수익과 현금자산에 대한 과세 근거가 없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미 달러화 표시 자산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미 경제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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