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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글로벌 환율전쟁에 새우등 터지게 생긴 한국 경제 - 김대우 국제팀장
23일 개막한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핫이슈는 ‘환율전쟁’이었다. 일본이 공격타깃이었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총재는 “정부가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해치며 공격적 통화정책을 압박하고 있는 일본에서 환율전쟁 위험신호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24일 “일본의 돈찍기 압박이 위험수준”이라면서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독일이라고 자유로울수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2011년 말부터 1조 유로 이상의 저리 자금을 유로존 은행들에 대출해서 이 자금으로 위기국가들의 국채를 사도록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독일이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새로운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해 스페인·이탈리아 등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유럽판 양적완화다. 한술 더 뜬 일본 아마리 경제재생상은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고정환율을 통해 수출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국가”라며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자신들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엔저정책에 대한 정당화 기도다.

양적완화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가 0%에 가까워 공개시장조작 등으로 더는 금리를 떨어뜨릴 수도 없는데도 중앙은행이 은행 등에서 국채 등의 증권을 사들여 시중유동성을 늘리려는 이례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금리인하가 목표가 아니다. 시중 유동성을 팽창시켜 은행이 대출을 많이 하게하고 기업과 가계는 예전보다 낮은 금융비용으로 많이 빌려 많이 쓸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불가피하게 해당 통화의 가치하락을 초래한다. 이 경우, 수출경쟁력이 올라가고 덩달아 경기 부양효과를 누리게 된다. 애초에 양적완화는 환율전쟁 촉발 요인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도 양적완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원조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1, 2차에 걸쳐 총 2조35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감행했고 지난해 9월,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MBS(주택저당증권)를 사들이기로 한데 이어, 12월에는 국채도 매달 450억달러 규모로 계속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3대 글로벌 기축통화국이 모두 양적완화라는 수단으로 자국 통화팽창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불거지고 있다. 2010년 환율전쟁의 데자뷰다.

이같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는 한국·중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대한 경제전쟁 선포나 마찬가지다. 선진국 통화가치의 절하는 이머징마켓의 수출실적 악화를 초래,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양적완화로 증가된 통화가 핫머니로 해외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되면서 증시를 교란시키는 등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의 엔저정책은 한국 기업의 수출실적을 엄청나게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의 다음 희생양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일본의 양적완화와 엔저의 파급력은 미국이나 유럽의 양적완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력 수출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원ㆍ달러 기준으로 1102원, 원ㆍ엔(100엔당)은 1343원이다. 현재 환율로는 수출해도 적자만 나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엔저효과가 본격화되는 4월 이후 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진다. 글로벌 환율전쟁이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된 한국 경제, 어떻게 대응해야 위기를 무사히 넘길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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