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일본 정부의 ‘엔저(円低)’ 정책에 따른 글로벌 통화전쟁의 재발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22일 국채매입 등 무제한 양적 완화를 실시키로 확정한 가운데 독일이 주요 20개국(G20) 모임에서 일본의 정책 수정을 압박할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엔저 논의가 활발할 전망이다.
일본 은행은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전년 대비 2% 물가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부응해 정부가 대담한 규제ㆍ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세제 등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며,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 확립 조치를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10조엔(약 119조원)의 자산매입기금 확충을 결의했다. 올해 이미 101조엔의 자산매입기금이 확보된 만큼 추가 매입은 하지 않지만 내년부턴 매월 장기국채 2조엔,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씩 사들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집권 기민당의 재정 대변인 미카엘 마이스터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전화 회견에서 “내달 7일 일본에서 G20 관계자들이 만날 때 일본이 환율 정책을 수정하도록 독일이 역내국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환율 조작’을 재고하도록 선진8개국(G8)과 G20에서 공조하는 방안을 아마 강구하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스터의 발언은 최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잇따라 일본의 엔저 정책을 비판한 뒤 나와 주목된다.
쇼이블레 장관은 지난 16일 “일본이 통화 정책을 오해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바이트만 총재는 21일 “일본이 환율 정치화의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재계를 대표하는 알렉산더 슈먼 독일 상공회의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다른 중앙은행들도 일본 은행처럼 자산을 무제한 사들이는 결정을 내리면 이것이 세계 경제에 또다른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며 “다보스 포럼에서도 일본의 과다한 엔저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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