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3년째 지속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만,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긍정적인 신호는 재정위기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안정된 것이다. 지난 17일 스페인 정부는 3년과 5년, 28년 만기 국채를 45억유로어치 발행했다. 차입금리도 낮아졌다. 이탈리아도 지난 15일 15년 국채를 발행해 60억유로를 차입했다. 차입금리는 4.8%로, 지난해 7월 발행 당시 7.1%를 크게 밑돌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에 발행한 15년 국채의 60%가 외국인에 의해 소화됐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재정위기국 채권을 외면하던 대형펀드나 외국자본 등 투자자들은 이들 국채를 다시 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재정위기국 금리를 안정시키는데 한몫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 채권 무제한 매입을 발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올드뮤추얼 에셋 매니저의 크리스틴 존슨은 WSJ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재정위기국에 대한 신뢰도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진한 경기지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올해 발표된 유로존 관련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12월 경제기대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 등 투자심리지표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기업환경지수와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주요지표는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유로존의 성장엔진 독일은 2012년 GDP 성장률과 산업생산, 경상수지, 제조업수주, 제조업 PMI, 실업률 등 대부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 위르겐 마이클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정부 재정과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다면 지금과 같은 낙관적인 시장분위기는 빠르게 급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