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위원장, 공화 의원들과 협의
미봉책 통해 3월까지 시간벌기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미국 하원 예산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단기적으로 국가 부채 한도를 올리는 것에는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위원장을 포함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모처에 모여 연방 정부의 법정 채무 상한선을 재조정해야 하는 현안을 협의한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나섰던 라이언 위원장은 이날 회동이 끝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은 단기적으로 부채 한도를 올렸을 때의 장점을 얘기했다. 이렇게 하면 상원과 백악관이 3월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정치권이 사상 초유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등을 초래하면서 어렵사리 합의한 미국 연방 정부의 채무 한도는 16조4000억달러다. 그러나 빚은 지난해 12월 31일 이미 한도를 넘겨 재무부가 특별조치를 통해 2000억달러를 임시방편으로 조달했으며 이마저 2월 15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동날 것으로 의회예산조사국(CBO)은 보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또 새해 벽두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부자증세 등에 일부 합의하면서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을 뜻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 시기를 애초 시점보다 2개월 이후인 3월 1일부로 미뤄놓아 다음달 말까지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
라이언 위원장의 발언은 또 한 번의 미봉책으로 채무 한도를 단기간 높임으로써 시간을 벌고 나서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아무도 채무 위기가 미국 경제를 강타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걸 막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라이언 위원장은 “공화당은 채무 위기를 막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를 지키고 건강보험도 개선하는 동시에 세제를 개혁할 수 있는 정확한 예산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 채무 감축이든 뭐든 아무 성과 없이 올해 봄을 허송한다면 나라와 경제가 크게 다치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이런 걸 방지할 진지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하고 상원과 백악관도 논의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했다. 라이언 위원장은 채무 위기는 실제 오느냐는 ‘가정(if)’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오느냐는 ‘시점(when)’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