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오름세를 보이던 엔화가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의 엔저 용인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17일(이하 현지시간) 강세를 보이던 일본 엔하는 아키라 경제상이 “지나친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좋지 않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면서 하락했다.
이날 아키라 경제상은 엔화 약세와 관련한 최근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면서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나치게 약한 엔화는 일본 경제에 좋지 않다”고 주장한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엔화가 여전히 조정을 거치는 국면”이라면서 자신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 엔화는 하락반전했다. 아키라 경제상은 “언론이 내 발언을 온전히 전하지 않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엔화 가치가 2년 7개월 만에 달러당 90엔선으로 떨어졌다.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90.14엔까지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90엔까지 하락한 것은 2년 7개월만이다.
엔화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정권의 무제한 금융완화 기대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택착공과 고용 관련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한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작년 9월 하순부터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작년 9월 26일 달러당 77.91엔에서 약 4개월만에 90엔선까지 하락해다.
한편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유도에 대해 유럽과 미국 선진국들이 속속 견제에 나서고 마찰을 빚어지면서 자칫 전방위 환율 전쟁이 촉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에서 연설하면서 아베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을 비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화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수출 촉진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IMF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보복을 경고하라”고 압박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