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 대책 발표…23개 행정명령 서명
소유권 보장하되 철저한 안전망 구축신원조회·공격용 금지등 4대 원칙 제시
공화당 “총기폭력 실제 원인 해결못해”
총기협회 등 관련단체 반발도 거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총기 규제 대책은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되, 철저한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게 골자다. 이날 대책은 지난해 12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 중 하나인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강도 높은 내용의 총기 관련 대응 방안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총기 폭력을 줄일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리고 구할 수 있는 생명이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걸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총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고 그게 오랜 전통이며 수백만명의 책임감 있는 총기 소유자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아울러 이런 권리에는 책임도 뒤따른다는 점을 오랫동안 깨달아왔다”고 설명했다.
▶소유권 보장, 철저한 안전망 구축=백악관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Now Is The Time)’라는 제목의 15쪽짜리 보고서에서 ▷신원 조회 허점 해결 ▷공격용 무기 및 고용량 탄창 금지 ▷학교 안전 강화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모든 총기 판매에서 구매자의 전과 기록 조회를 의무화하고, 당국에 등록된 총기 판매업자 및 개인 판매자들에게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신원 조회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되, 무책임하고 위험한 사람의 손에 무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04년 효력이 중단된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법의 부활을 의회에 촉구하는 한편, 10개가 넘는 탄환이 들어가는 탄창 판매를 금지하고 철갑탄(Armor Piercing)의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로 했다. 학교 안전을 위해 경찰 인력을 확보하는 경찰관서에 예산 지원을 하고, 총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학교 안전요원을 증원하기로 했다.
▶미 의회 통과 여부 지켜봐야=하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공격무기 및 10발 이상 탄창, 방탄장비를 뚫는 탄알 금지 등의 조치는 모두 입법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때문에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 참사와 같은) 총기 폭력을 일으키는 실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총기 소유권을 규정한 ‘수정 헌법 2조’와 법을 지키는 시민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 상원 의원도 “공개적이고 신중한 토론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에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의 대변인인 마이클 스틸은 “하원 법사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검토할 것이고, 만일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하원도 훑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미국총기협회(NRA) 등 관련 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NRA는 “정직하고 법을 준수하는 총기 소유자만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아이들은 행정 명령의 결과로 불가피한 비극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총기 규제 대책은 과거에도 항상 실패했으며, 공공 안전과 범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