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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수위 공약 재검토는 당연한 책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수정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중복되지 않은지 또 다루지 못한 분야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한다. 물론 선뜻 나설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공약을 현실성 있게 가다듬는 일이야말로 응당 인수위가 해야 할 과제다.

일부 부처나 정부기관들이 재원조달을 이유로 공약이행에 난색을 표명한 것을 어깃장으로 몰아치기보다 먼저 섣불리 꺼내 든 공약을 찾아내는 것이 순리였다. 보건분야 국책연구기관들은 16일 박 당선인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인 4대질환보장과 기초연금제에 드는 재원은 새누리당 추정치의 2배인 47조원이 소요된다고 했다. 복지부가 노인기초연금제 도입에 5년간 14조6000억원이 든다는 여당의 추정치는 2년 치에 불과하다고 했다가 경고성 지적을 받은 뒤에도 이런 주장이 또 제기된 것이다.

부실공약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났다. 박 당선인의 약속대로 국가 연구ㆍ개발(R&D)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높이려면 5년 동안 못 되도 7조원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애초 산정은 1조원대로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허술함을 조기에 바로잡아야 새 정부도 국정 내실화를 꾀할 수 있다.

공약 재조정은 박 당선인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는 측면보다 무리한 공약 이행에 따른 국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그렇더라도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언론이 줄곧 지적했고 당 안팎에서 그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여건도 조성됐다. 야당 역시 역지사지로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과도한 복지는 물론이고 비무장지대(DMZ) 내 경기장 건축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적지 않았던 야당이다.

무엇보다 복지공약부터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일단 시행하면 끊기 어려운 것이 복지정책의 속성이다. 과거 참여정부가 병원식사비를 건강보험대상에 포함시켰다가 엄청난 초과지출로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 이런 폐단은 유럽의 예에서 보듯 국가 파탄 위기까지 불러온다. 일본 민주당은 사탕발림 복지로 정권을 잡은 뒤 막무가내로 정책을 밀어붙이다 재정고갈을 맞았고, 정부자산까지 내다팔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국가 채무만 키우더니 끝내 민심이반의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공약의 옥석을 가려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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