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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정용덕> 국민통합의 방법론
25년來 최대유권자 참여한 대선
구태·이념적 이분화는 여전
균형인사·지방분권 등 정책 통해
계층·세대 넘는 대통합 이뤄야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한 미국인 교수는 “대통령선거가 끝나서 매우 시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년에 걸쳐 점점 더 이념적으로 이분화돼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 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년까지는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번 대선에서 여전한 구태와 이분화가 벌어지면서 이를 접한 많은 국민이 피곤해했다.

다행인 것은 민주주의 이행 이후 지난 25년 동안에 가장 많은 수(약 307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했고, 같은 기간에 가장 많은 득표(약 1580만표)로 과반을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당선인이 배출된 점이다. 그리고 선거 결과에 대한 패자의 깨끗한 승복도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선자가 전체 유권자(약 4050만명)의 불과 39%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요즈음 리더십 이론에서 강조되는 ‘추종자(follower)’ 유형론을 적용하면 총 유권자의 37%나 되는 적극적 ‘반대자’(약 1490만명)에 더해 ‘방관자’ 또한 24%(약 980만명)나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저기서 ‘국민통합’의 필요성이 이구동성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면 어떻게 국민통합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몇 가지 방법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상징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첫 메시지가 ‘국민 100% 대통령’ ‘대탕평’ ‘공생’ ‘국민행복’이었다고 한다. 굳이 현대 엘리트 이론가들의 주장을 들지 않더라도 선거로 찢긴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려면 지도자의 적절한 수사와 상징의 정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 상징과 수사는 곧 내실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공치사(lip service)’에 그칠 경우, 역대 정부에서 되풀이됐듯이 국민의 더 큰 실망과 국정지지도의 하락이 따를 것이다.

둘째, 균형인사다. 이념ㆍ계층ㆍ세대ㆍ지역ㆍ성ㆍ정파 등을 감안하되, 무엇보다도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안배’를 위한 인사라면 대부분의 역대 국무총리의 경우처럼 이 역시 상징 조작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셋째, 제도화다. 국정 운영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정책 영역별로 이해관계자가 참가하는 ‘삼자 협상 체제(tripartite system)’들을 통해 ‘고(高)갈등사회’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나 ‘국정쇄신정책회의’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의체의 성공은 이해관계자들의 선호를 대변할 수 있는 ‘실세’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김대중 행정부의 ‘노사정위원회’나 이명박 행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 혹은 ‘동반성장위원회’ 등이 유명무실했던 이유를 학습해야 한다.

넷째, 정책이다. 국민통합의 규범이 공공 정책의 내용에 실제로 반영돼야 한다. 지난 65년 동안 국가 형성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형성된 ‘정(正)’과 ‘반(反)’을 융합하는 ‘합(合)’의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성장 대 분배’ ‘개발 대 보존’ ‘능률 대 안전’ ‘남성 대 여성’ ‘지역균형발전 대 행정효율성’ ‘노인 대 젊은이’ ‘단일민족 대 다문화’ ‘민족 대 민주’ ‘절차 대 결과’ 등 상충하는 이분법적 가치들의 종합(synthesis)이 앞으로의 정책 내용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이명박 행정부가 추진한 ‘녹색 성장’과 ‘일ㆍ가정 양립’이 예가 될 것이다.

다섯째, 지방분권이다. 각 지역 주민의 선호가 다양하게 반영되는 지역별 자치행정의 장점을 활용하면 ‘51 대 49’로 결판나는 중앙수준 선거 결과에 대한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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