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성장 엔진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년새 큰 폭으로 꺾이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유럽을 휩쓴 재정위기가 결국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마저 뒤흔든 셈이다. 독일이 외풍에 흔들리면서 경기가 둔화될 경우, 겨우 회생 기미가 보이던 유로존도 다시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7%로 2011년 3%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 예상치인 0.8%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할 방침이다. 주요 외신은 독일 경제 부처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이 이번주 후반 연례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애초 올해 경제 성장률로 1.0% 정도를 예상했으나 이번주 발표될 보고서에서 0.4%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며 “2014년 경제 성장률 전망은 1.6%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경제의 성장둔화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을 받는 탓에 성장동력이 떨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유로존 전체의 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이로 인한 수요가 둔화되면서, 유로존 경제를 견인하던 독일 경기가 결국 발목을 잡힌 셈이다.
독일 경기 둔화에 대한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 곳곳에서 감지됐다. 앞서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IFO 등 독일 경제연구원 여러 곳은 지난해 가을 독일의 경기 침체를 재차 경고했다.
분데스방크는 지난해 9월 정례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독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상당하다”면서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여전히 견실한 편이지만, 수출과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규 채용도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경기침체는 독일에 대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유로존 전체에 연쇄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로화 절상이 유로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의장이 15일 경고했다. 유로는 지난 6개월간 달러대비 8.4% 상승했다. 이같은 발언은 유로 가치를 낮춰 수출 확대를 통해 성장을 부추기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하버드대의 마틴 펠트슈타인 교수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