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원 시절 이란 제재 반대
이란-이스라엘 갈등도 걱정”
네오콘 잡지 편집장 총공세
親유태인 단체들 압력도 가열
NYT “국방장관 의회 인준 비상”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네오콘의 타도 대상이 되면서 미의회 인준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기획하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초강경 외교ㆍ국방정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헤이글 타도’의 깃발 아래 뭉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포문을 연 것은 네오콘의 잡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털 편집장이다. 크리스털 편집장은 네오콘의 사상적인 대부로 불리며 위클리 스탠더드를 통해 네오콘의 정책을 선도해왔다.
이라크 침공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는 “헤이글 지명자와 그의 지지자들은 네오콘을 와해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공세를 퍼부면서 공화당이 상원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털 편집장은 특히 공화당의 강경 매파 진영에서는 헤이글 지명자가 과거 상원의원 시절 이란 제재조치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이란의 핵개발을 놓고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격화됐을 경우 헤이글 국방장관이 보여줄 태도가 의문스럽다는 의미이다.
크리스털 편집장은 “유대인들의 로비 행위가 워싱턴DC 정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헤이글의 2006년 발언을 상기시키며 본인이 이스라엘의 확고한 지지자라는 주장도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인 크리스털 편집장이 헤이글 인준에 대한 포문을 열고 유태인 가문이 사주인 뉴욕타임스가 이를 공론화하면서 그의 인준을 놓고 친유태인 단체들의 무언의 압력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네오콘 입장에서는 실전 경험이 있고 사업가로 성공했으며 무력보다 협상을 생각하는 상원의원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는 것은 최악의 악몽일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아미티지는 부시 행정부 시절 온건파인 파월 전 장관과 함께 네오콘과 결별했던 인물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헤이글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주문하는 압력이 나오고있다. 상원 군사위 소속의 리처드 블러멘털(코네티컷) 의원은 1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헤이글은 인준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헤이글의 이란과 이스라엘 정책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공화당의 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은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었다면서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밖에 공화당의 외교 분야 거물 정치인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의원과 존 크로닌(텍사스) 등 상원 군사위 소속 의원들도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인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인준 청문회와 표결이 주목된다.
한편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헤이글 지명자에 대해 “국방장관으로 ‘최고적임자(superbly qualified)’”라고 지지를 선언하면서 헤이글이 상원 인준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헤이글이 이스라엘의 매우 강력한 지지자”라면서 “이스라엘 지지자라고 해서 이스라엘 정부의 모든 행동에 찬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네오콘이 비난하고 있는 유태인 편향 발언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