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미 정치권의 인준 기싸움이 팽팽하다.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재정절벽’ 협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공화당은 명예회복을 벼르며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에선 상원의원 한 명이라도 각료 인준에 ‘반대(HOLD)’하면 대통령이 임명을 할 수 없어 향후 인준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구나 미 정치권의 인준 공방은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시작될 연방 정부 채무한도 증액 협상의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특히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가 공화당의 1차 표적이 되고 있다. 헤이글 지명자는 상원의원 시절 공화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국방비 감축을 주장하고, 이라크 미군 추가파병에 반대했다. 그런가하면 이란에 대한 유화정책을 고수하거나 “유대인들의 로비가 워싱턴 정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등의 반(反) 이스라엘 성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에릭 켄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헤이글 전 의원은 차기 펜타곤 수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헤이글에 대한 인준 보류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여기에 워싱턴 정가에 ‘입김’이 막강한 유대인 단체도 헤이글에 대한 반대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인준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8일 성명에서 브레넌 국장 인준을 지연시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듣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레넌 국장 인준 카드를 활용해 벵가지 사태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려는 심산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제이컵 루 재무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고 있다. 예산 전문가인 루 지명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곧 진행될 채무한도 증액 협상에 대비한 ‘야전 사령관’이란 게 공화당의 시각이다.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오린 해치 상원 의원 등은 루 실장이 예산관리국장으로 일할 당시 대규모 재정 적자가 초래됐다며 그의 재무장관 임명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루 실장의 재무장관 인준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공화당이 수잔 라이스 유엔대사를 낙마시키고 대안으로 민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자격 논란도 일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 외교위원장 재직 당시 시리아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각료급 인준 반대로 국정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을 경우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나 소통 노력을 기울이느냐와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협상의 향방도 향후 각료급 인준에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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