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세계 경제 침체 속에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적대적 M&A 거래액은 1006억달러(약 106조5350억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년 대비 33% 급감한 규모로, 지난 2003년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다. 이로써 지난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적대적 M&A 거래의 비중은 전년 대비 20%포인트 감소한 4%로 떨어져 2002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적대적 M&A 시장의 한파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고조와 행동주의 투자가(activst investor)들의 활동 증대, 규제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설리반앤크롬웰의 프랭크 아퀼라 M&A 전문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적대적 M&A의 선결 조건인 자금 조달과 ‘먹잇감’의 가치, 법적 승인 등에 대한 기업의 자신감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행동주의 투자가들의 활동이 늘면서 잠재 매수자들이 적대적 M&A에 나설 필요성이 줄어든 점도 거래가 위축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각종 규제도 장애물로 꼽히는데, 영국의 경우 관련 법 개정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이사회가 원치 않은 인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여기서 적대적 M&A는 매수자가 목표 기업 이사회의 반대에도 주주 제안을 하는 것이나 좀더 넓은 의미로는 사전 예고없이 경영진에 매수 제의를 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요구하는 ‘곰의 포옹(bear hug)’도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화장품 그룹 코티스가 에이본 인수를 시도했던 것이 대표적인 곰의 포옹 사례라고 소개했다. 광산업계도 적대적 M&A가 활발한 편인데, 올 들어선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 퀀텀이 경쟁사 인멧을 5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딜로직이 분석한 지난해 글로벌 기업의 M&A 총 규모는 2조6000억달러에 달했다. 전년의 2조7100억달러에 못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최대 M&A로는 러시아 원유 생산업체 로즈네프트가 영국 BP의 조인트벤처 TNK-BP 지분 50%를 545억달러에 인수한 건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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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