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지희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재무부 장관에 제이컵 루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루 지명자는 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의회 예산 업무를 거쳐 빌 클린턴 및 오바마 행정부에서 두 차례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맡은 예산통이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져 오바마 대통령과 호흡이 맞으면서도 동시에 예산 실무와 경험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3월까지 공화당과 연방정부 부채 상한 증액 협상을 앞두고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적임자를 내세운 셈이다. 예산 세부항목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루 지명자는 지난 연말 재정절벽 협상에서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끈질기게 밀어부쳐 두 손 들게 한 장본인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장악한 상원의 인준은 통과하겠지만 공화당이 청문회에서 부채 협상의 전초전 차원에서 매운맛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있다.
루 지명자가 부채 증액과 지출 삭감 협상에서는 수완을 발휘하겠지만 금융계 출신이 아니어서 국제 금융이나 금융 규제 정책에 경험부족을 노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역대 미재무장관은 재무부나 월가 금융계 출신이 맡아왔다. 이달말 퇴임하는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은 재무부 차관,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역임했기 때문에 벤 버냉키 연준의장과 찰떡 호흡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해왔다.
금융전문가들은 이에따라 루 재무장관 시대에는 연준이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 조율 역할도 적극 떠맡게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