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뉴욕 증시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9일(현지시간) 5년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전망이 밝아졌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더딘 경제회복세와 미국의 정치적 교착 상태, 유럽 부채 위기 등의 악재에도 VIX는 지난해 꾸준히 하락하며 전일 기준 13.2포인트를 나타내 2007년 6월 이후 최저치였다고 전했다. VIX는 뉴욕 증시의 대형주로 이뤄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에 대한 투자 위험을 방어하는 옵션가격 결정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시장 변동성 예상치를 측정한 지표다. 펀드매니저들과 시장전략가들은 VIX 하락을 두고 주가 하락 방어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금융시장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보루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에서 주식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일면서 낙관론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짐 폴슨은 “글로벌 회복세가 확대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최악의 아마겟돈 시나리오에 덜 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럽 증시의 VIX로 통하는 VSTOXX 지수와,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CVIX 지수 역시 2007년 중반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FT는 변동성 지수의 하향세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탄탄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세계 지수는 지난해 13% 상승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FT는 그러나 미 국가부채 한도의 재조정 협상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유럽 채무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현 VIX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의견도 많다고 지적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너핸 수석 파생상품전략가는 “앞으로 수주간 VIX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미 부채 한도 증액 논의가 시작되면 곧 흐름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VIX 선물을 봐도 투자자들은 앞으로 반년 안에 VIX가 20%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