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흔적 묻어나는 풍광 향수 자극
淸시절 만들어진 선농제·하이안루 거리
古家 꾸민 현대적 설치미술 인상적
대만은 선뜻 내키지 않는 여행지일지 모른다. 가까운 거리에 일본과 중국이 있고, 조금더 시간을 내면 동남아가 있다. 하지만 기대치 않고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는 곳이 대만이기도 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물은 향수를 자극하고, 순박한 사람의 호의는 때묻지 않은 행복을 안겨준다. 대만의 관문은 수도 타이베이. 그러나 가장 오래된 도시는 타이난(台南)이다. 대만 4대도시인 타이난은 타이베이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40분가량 걸린다. 타이난의 역사는 곧 대만의 역사다. 그런만큼 유적도 많다. 시간이 멈춘 듯하기도 하고, 현대를 덧입은 듯한 도시는 걸어서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 타이난은 조금 느리게 살고 싶은 여행자를 넉넉하게 품어준다.
▶소박하지만 깊은 역사를 지닌 도시=타이난은 전통과 역사가 그대로 스며있는 고도(古都)다. 타이난은 1624년 대만으로 건너온 네덜란드인이 행정수도로 삼았다. 1662년 청나라 정성공이 네덜란드인을 몰아내고 1683년 청나라가 본격적으로 지배하면서 중심도시가 됐다.
도심 곳곳에는 유적지가 많다. 네덜란드인이 1653년 지어서 화약과 무기를 보관하던 요새 츠칸러우(赤嵌樓), 네덜란드인을 몰아낸 정성공을 기리는 사당으로 1662년 지어진 옌핑쥔왕츠(延平郡王祠)가 있다.
대만 4대 도시 타이난(台南)의 하이안루(海岸路) 양옆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진 건물 외벽의 모습이다. 하이안루는 과거 어선이 정박하는 해안이었던 이곳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이안루에서 선농제(神農街)까지 이어진 길은 밤에 걸을수록 참맛을 느낄수 있다. 골목 곳곳에는 독특한 상점과 예쁜 카페, 갤러리, 바 등이 즐비하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지만 요 몇 년 새 타이난의 리모델링 유행을 타고 세련된 감각을 가진 곳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주로 젊은 연인과 관광객이 밤 늦도록 타이난의 정취를 즐긴다. |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공자 묘도 타이난에 있다. 1665년 설립된 대만 최초 학교이기도 하다. 대만 최고의 학교란 뜻의 ‘전대수학(全臺首學)’이 적힌 문을 지나면 100년 넘은 나무가 무성한 정원이 나온다. 이곳에는 15개의 건물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사당인 대성전, 왼쪽에는 학교인 명륜당이 있다. 매년 9월 28일 새벽 대성전 앞에서 공자 탄신을 기리는 대제가 거행된다. 대만은 공자의 면학정신을 기려 이날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다.
도교의 나라로 유명한 만큼 타이난 곳곳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사당이 있다. 츠칸러우 맞은 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관우를 기리기 위해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우먀오(武廟), 바다의 신 마조를 모시는 다텐허우궁(大天后宮) 등이 있다.
타이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은 안핑구바오(安平古堡)다. 이곳에는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인이 세운 요새는 거의 사라지고 빨간 벽돌로 된 성벽 일부만 남아있다.
주변에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거리 옌핑제(延平街)가 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무역항이었던 안핑취(安平區)에서 가장 번화했던 거리다. 특색있는 대만 토산품과 갖가지 말린 과일, 기념품, 군것질거리 등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골목 사이사이 당시 주거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수백년 된 전통가옥을 둘러보는 것도 소소한 재밋거리다.
▶현대를 덧입은 전통=타이난에는 유독 오래된 건물이 많다. 하지만 낡고 남루하다기보다는 따스한 정감을 풍긴다. 좁다란 골목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타이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누비다보면 아기자기한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타이난에 리모델링이 유행하면서 전통가옥을 보수해 민박집, 식당과 카페, 화랑 등으로 세련되게 꾸며놓았다. 인테리어가 일본과 유럽 못지않은 수준이다. 한 두 곳씩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다. 청나라 시절 만들어진 거리인 선농제(神農街)와 하이안루(海岸路)는 밤에 산책하기 좋다. 밤에 보는 선농제는 더욱 몽환적이다. 양옆으로 늘어선 작고 예쁜 공방과 갤러리, 찻집, 바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이안루 양옆으로는 현대적인 감각의 설치미술과 벽화로 꾸며진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타이난의 도심은 작지만 외곽은 굉장히 넓다. 교외로 나가면 관츠링(關子嶺)이라는 온천지대가 있다. 짙은 회색빛 진흙 온천으로 수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온천이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관츠링 외에 유황온천 등 다양한 수질을 자랑하는 온천이 100여군데 있다.
타이난(대만)=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