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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살에 관대한 사회분위기도 큰 문제
연예인 등 유명인이 자살하면 한두 달 새 평균 600명가량이 뒤따라 목숨을 끊는다는 충격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통계청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것으로 실제 베르테르 효과가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스타들의 생명 경시 행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자극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언론의 유명인 자살보도가 모방자살을 불러온다는 경고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루 평균 42명, 연간 1만5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OECD 평균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암, 혈관질환, 심장질환과 함께 4대 사망 원인에 자살이 포함될 정도라니 그야말로 ‘자살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한 지 오래지만 자살률이 줄기는커녕 매년 큰 폭 늘고 있다. 학업 경쟁과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 생활 능력을 상실한 중년 가장, 가난과 외로움에 지친 노인 등 자살 행렬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 그 행렬의 자락을 끊어야 한다.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죽음에 무조건 관대한 우리 정서부터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는 가족과 친지 등 주변 5~10명에게 심리적 황폐감을 주며 이들은 일반인보다 자살 가능성이 4배나 높다고 한다. 자살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심대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인 것이다.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미화될 수 없는 이유다.

언론의 행태에도 문제가 많다. 자살 과정을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하고, 심지어 영웅시하고 미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인기 연예인들이 “나도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는 식의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아찔한 장면도 있다. 정부와 전 언론계이 함께하는 대대적 생명존중 캠페인도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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