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가 웹사이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90세 노인이 15세 소녀와 결혼했다. 축복받을 만한 결혼은 아니었다. 신랑과 신부 측 부모 사이에는 돈까지 오갔고, 10대 소녀는 속절없이 팔아넘겨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도마 위에 오르고, 급기야 인권연합까지 나서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는 90세의 신랑이 현지 언론과 나눴던 인터뷰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사우디 남성은 손녀뻘의 소녀와의 결혼에 대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남성은 “소녀의 부모에게 지참금으로 6만5000사우디리얄(한화 약 1850만원)을 주고 결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결혼'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남성은 도리어 화가 난 상황이었다. 결혼 첫날밤 신부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거부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불과 15세의 이 소녀는 결국 신랑을 떠나 친정으로 도망을 치게 됐다.
이에 90세의 남성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신부가 부모와 짜고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남성은 신부의 부모에게 딸이나 지참금 중 하나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그러나 신부 측의 주장은 너무도 상반됐다. 신부 가족의 지인들은 소녀가 결혼 당일 밤 겁에 질렸으며 이틀간 방문을 잠그고 있다가 부모의 집으로 도망쳤다고 강조했다.
입장이 다를지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신부 측 부모는 물론 90세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이 결혼에 대해 현지 트위터 등 SNS에서는 ‘부모가 저지른 인신매매 행위’, ‘반인륜 범죄’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뿐아니라 “아동학대 행위 처벌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사우디국립인권연합(NSHR)의 수하일라 제인 알 아베딘은 “하루 빨리 불쌍한 소녀를 비극에서 구해달라”며 사우디 당국에 개입을 호소하고 나선 상황. 특히 아베딘은 “이슬람 문화에서 결혼은 양측의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 소녀의 행동으로 볼 때 이 결혼은 양측의 동의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소녀의 부모 또한 딸을 증조부뻘 되는 노인에게 시집보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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