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녀 스타들이 화장품 광고 모델을 한 번쯤 거쳐간다면, 국민 스타들의 필수 코스는 라면 모델이다. 강부자, 구봉서부터 싸이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들은 라면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라면은 ‘서민 식품’의 대명사인 만큼 친근하고 신뢰감을 주는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소비자를 끌어당겨왔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스타라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를 갖고 있으면 라면 광고 모델이 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식품이기에 위화감 없이 전체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1975년 ‘농심라면’의 광고 모델로 구봉서와 곽규석을 채용했다. 두 모델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며 라면을 서로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소탈함을 이는 서민적 정서와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회사 이름을 바꾼 것도 이 때다.
‘안성탕면’은 후덕한 이미지의 강부자를 모델로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강부자는 수십 년 동안 안성탕면의 모델로 활동한 까닭에 지금까지도 안성댁으로 불린다.
최근 ‘신라면블랙’ 모델로 싸이가 발탁된 것 또한 친근함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월드스타 싸이와 함께 신라면블랙을 세계적인 제품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 ‘쇠고기라면’ 광고에 아버지 대표주자 신구와 어머니 대표주자 김용림을 등장시켰다. 당대 최고의 가수 이선희도 ‘포장마차’ 라면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이홍렬, 이휘재 등 개그맨을 다수 채용한 점도 눈에 띈다. 부담 없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돌풍을 일으킨 만화가 이현세의 애니메이션을 ‘청춘’ 라면 광고에 이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뚜기의 경우에는 1980년대 ‘스낵면’ 광고 모델로 하이틴스타 이병헌을, ‘진라면’ 광고 모델로 김영애와 강남길을 선택해 신뢰감을 얻고자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라면 광고의 모델은 바뀌지만 메시지는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사나이조차 울릴 수 있는 매운 맛’을 강조하는 짧고 강렬한 광고 문구로 ‘신라면=매운 맛 라면’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광고 마지막 부분의 ‘농심 신~라면’이라는 광고음악(CM송) 역시 출시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세월은 변하지만 신라면의 맛과 인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1990년대 핑클, 2010년대 소녀시대 등 걸그룹을 모델로 채용해 파격을 꾀하면서도 역사는 강조했다. ‘세상이 바뀌어도 라면은 못 바꿔요 아~삼양라면’, ‘친구라면 삼양라면’ 등의 문구를 반복함으로써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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