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아베 신조 총리가 엔화약세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재계가 이같은 엔화약세가 일본 경제를 악화시킬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일본 3대 경제단체가 주최한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기업경영자들은 아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같이 경고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인들은 그동안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전자업체와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엔화 약세 조치를 정부에 촉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업인들은 아베 정권의 지나치게 빠른 엔화 평가절하 속도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 건설장비업체 코마츠의 마사히로 사카네 회장은 “일본 내 투자자의 이탈을 일컫는 ‘셀(Sell) 재팬’ 추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올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엔화 약세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대량수입하는 연료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도시바의 사사키 노리오 대표이사는 “엔화 약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 대량으로 수입하는 연료비 가격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 전체에 좋을 지 모르지만 연료비 인상은 가장 걱정되는 부문”이면서 “에너지와 엔화 평가절하 간 적절한 균형을 맞춘 후 엔화 약세를 달성하느냐가 열쇠”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의 과다한 국가채무가 재정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을 안심시키고 싶다면 금융부문을 통제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정책을 쓰느라 국가부채가 9월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30%에 달한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수입가격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일본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경기부양과 디플레이션 극복, 엔화 약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선언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일 달러당 88.48엔까지 올라갔다가 7일에는 87.80엔을 기록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