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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MBA=고소득 보장’ 공식 깨져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경영학석사학위(MBA) 소지자인 스티브 본더웨이트(36) 씨는 미국 켄터키주 북부의 루이스빌에 있는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MBA 졸업장으로 얻은 건 버젓한 직장과 고소득이 아닌, 7만5000달러 상당의 학자금 대출 빚 뿐이라고 푸념한다.

미국에서 MBA가 높은 연봉을 보장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저널은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의 자료에 따르면 2008~2011년 MBA 소지자의 평균 초봉은 제자리 걸음이었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한 셈이라고 전했다.

저널이 연봉 조사업체인 페이스케일닷컴(PayScale.com)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3년 이하 경력의 MBA 졸업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5만3900달러였다. 지난 2007~2008년보다 4.6% 줄어든 수치다. 조사 대상 186개 경영대학원 중 62%가 졸업생 연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케일닷컴의 캐티 바르다로 분석가는 “경력이 더 많은 MBA 졸업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면서 “일반적으로 MBA 연봉이 동결되거나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MBA커리어서비스카운슬의 마크 피터슨 사장은 “요즘에는 MBA 소지자를 한 자리수로 고용하는 기업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MBA 전성기였던 지난 1980년대 후반~1990년 초반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당시엔 한 기업에서 MBA 소지자를 100명 이상 채용하기도 했다.

MBA의 가치 하락은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많은 대학이 시간제, 임원용 등 다양한 MBA 과정을 잇달아 개설했고 온라인 학위 과정까지 생겨 MBA 소지자 수는 급증했다. 2010~2011학년도 MBA 졸업생은 12만6214명으로 10년 전보다 74% 늘어났다.

기업들도 MBA 소지자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한 인사컨설팅사 임원은 “기업들이 MBA 출신 대신 낮은 연봉으로 고용해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대학 졸업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경영대학원 재학생들은 한숨이 늘어만 간다. 한 조사에 따르면 MBA 재학생 중 약 60%는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을 작정이지만, MBA 연봉 하락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폴 오이어 교수는 “명문대 보다 지명도가 낮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압박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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