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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이유미> 겨울속에 숨은 봄을 기다리며
날씨가 참 춥다. 안 입던 내의며 장갑도 꺼내 입고, 매일 히말라야로 떠나도 될 듯 오리털 코트로 무장을 한 뒤에야 길을 나선다.

내리던가 싶으면 어느새 녹아버리던 눈도 며칠이고 그대로 얼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내가 일하는 광릉 숲은 도심보다도 훨씬 춥다. 겨울 숲 구경이라도 하려고 발길을 떼어놓으면 대기는 쨍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차갑지만 흰 눈들이 가득가득 덮인 겨울 숲에서 회갈색으로 드러난 나뭇가지들의 조화는 참으로 그윽하고 멋지다. 군더더기 없이 차고 깨끗한 숲은 기운은 몸은 물론, 정신도 맑게 하는 듯싶다.

추운 날씨와 하얗게 덮인 눈은 숲의 식구들에게 큰 어려움일 것이다. 가을부터 시작된, 단풍이 들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씨앗을 땅에 묻고 도드라진 겨울눈을 만들어가는, 그 모든 과정은 이 모진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한 준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숲이 맞는 이 제대로 된 겨울 추위와 많은 눈이 때론 숲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눈이 쌓여 늘어졌다가 이내 부러진 가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부러진 대부분의 가지는 약한 가지들이며 그런 가지들을 통해 병해충이 찾아들어 나무 전체를 죽게 만들기도 하니, 나무로서는 당장은 어려워도 오래오래 강건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더욱이 새봄이 돌아와 부러진 가지들 사이로 가려졌던 햇볕이 스며들면 그 아래에선 가지에 가려 자라지 못했던 이런저런 작은 풀들과 관목들이 잎을 펼치고 꽃을 피워낼 것이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살아가던 토종 곤충들은 괜찮겠지만, 더운 지역에 살다 따뜻해진 한국의 겨울에 살아남아 번성해 몇년 동안 도심의 나무들 즙을 빨아먹던, 다소 이질적이고 섬뜩한 꽃매미와 같은 해충들은 이 추위에 대부분 사라져 올해에는 해충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겨우내 덮여 있던 눈들은 이불처럼 대지를 덮어, 삭풍의 피해를 막아주고 성급히 싹을 틔워 꽃샘추위에 입을 피해들을 막아줄 것이며 봄이 돼 조금씩 시작해 일 년 중 가장 건조한 봄에 싹을 틔우는 풀과 나무들에 정말로 요긴한 수분을 제공해주기도 할 것이다.

숲의 겨울은 춥지만 어느새 봄은 온다. 추운 겨울을 미리미리 준비한 숲은 더욱 강건하고 아름다운 봄을 맞는다.

가장 먼저 봄의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대부분 이미 새봄의 주인이 될 어린 꽃과 잎을 만들어 겨울눈(冬芽) 속에 감추고 때를 기다린 부지런한 나무들이며, 앉은부채 같은 꽃들은 스스로 열을 내어 언 땅을 녹이고 꽃을 피워 아무도 가지지 않은 이른 봄의 햇살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이 차가운 겨울 숲에도 봄이 담겨 있어 때를 기다리듯 새해를 맞았어도 여전히 춥고 힘겨운 우리의 삶에도 봄이 숨어 있을 것임을 나는 안다. 그리고 지금 겪은 어려움과 아픔들이 가지 잘린 나무들과 눈들을 덮고 있는 대지처럼 더 크고 의미 있는 내일을 위한 과정의 하나임을 믿고 싶다. 그리고 이내 숲에도 우리 모두에게도 찬란한 봄이 찾아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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