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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영 패러다임 변화 반영한 투자 확대
국내 주요 그룹들이 올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예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니 더 반갑다. LG그룹이 엊그제 창사 이래 최대인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그 신호탄이었다. 삼성그룹은 “투자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연초 이건희 회장의 언급으로 미루어 지난해 수준인 48조원을 넘는 50조원 이상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이달 중순께 투자 전략을 발표할 SK는 전년대비 10%가량 늘어난 21조원 규모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도 15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이 나올 게 확실해 보인다.

당초 심화되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감안, 올해 주요 그룹들의 투자 규모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국내외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고,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대기업이 돈을 풀지 않고 쌓아놓는다는 비난이 뒤따르겠지만 불황에 몸을 사리는 것은 경영기법의 하나다. 투자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기업 고유의 영역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그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불황기에 선제적 투자는 호황기에 그만큼 과실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경영적 판단을 우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다는 점이 더욱 긍정적이다. 설령 경기가 어렵더라도 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의 최고 덕목이자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제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무가 기업 가치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기업도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을 지향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시종 화두가 된 것은 이러한 세태 변화의 반영이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변화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여론과 정치권 눈치에 떠밀려 마지못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관점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익이 다소 덜 남더라도 국내에 공장 하나 더 짓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넘어 동반성장의 시대로 나아가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우리 대기업이 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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