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3년간의 성장 부진을 겪은 미 경제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주말 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 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 미 경제가 성장통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 경제는 지난 1950년부터 1999년말까지 연평균 3.6% 성장하다가 2000년 이후 2%에도 못미치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실업률도 앞서 기간에 평균 5.7%이던 것이 6.3%로 상승했다. 상황은 더욱 나빠져 지난주말 나온 지난해 12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건수는 15만건 수준에 그쳤고,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7.8%였다.
대표 비관론자인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고든 경제학자는 “과거 철도와 전력이 경기를 부양했듯, 아이패드, 로봇 등 신기술이 장기적인 성장 촉매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함께 교육 수준의 저하도 성장에 걸림돌이라며 미국의 25~34세 4년제 대졸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41%인데 반해 캐나다는 56%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따라서 미국의 장기 성장률이 연간 1% 내지 그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탠포드대 애넛 애드머티 금융학 교수는 “미 은행권이 잠재 손실에 대비한 자본 보강 대신 주주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치중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본 취약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에 계속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얼라이언스 번스틴의 조지프 카슨 경제분석가는 지난해 12월 20일자 보고서에서 “주택 및 자동차 시장의 회생 조짐이 완연한데, 이는 경기 회복의 전조”라며 “미국인의 세후 채무율도 200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경감돼 소비 증가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저널이 최근 여러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런 긍정적 변수 덕택에 미국의 성장이 앞으로 몇년 동안 3.5~4.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낙관론자의 한명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로버틱스같은 신기술의 경제적 혜택이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 경제전문사이트 마켓워치는 미 경제가 저성장, 그리고 고용과 소득의 더딘 상승으로 두드러지는 ‘뉴 노멀(New Normal)’ 국면에 본격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마켓와치에 따르면 올해 초 뉴 노멀 추세가 더욱 완연해질 것이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