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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부조직개편, 장기 비전이 기본 구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을 서두르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실제 이를 속히 확정하고 관련 법을 개정해야 새 내각을 짤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조직은 한 정권의 취향에 따라 지었다 부수는 구조물이 아니다. 한 사회의 시대정신과 정권의 통치 철학을 함께 녹여 낸 정신적 창작물로 인식될 때 가치 있고 실효성도 보장된다. 함부로 뜯어 고치겠다는 생각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는 빨리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 정부 조직은 언제나 절대 효용이나 가치를 주장할 수 없는 가변 요소들이다. 항상 그 시대, 그 시점의 최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대 변수들이다. 때문에 시대정신과 경제여건, 그리고 통치 구상을 아우르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개별 부처나 조직의 논리와는 상관없는 종합적, 장기적 통치 비전과 연관돼 있다.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정부 조직을 바꾸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신설하려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의 통치구상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진 것처럼 보여 굳이 토를 달고 싶지 않다. 정보통신기술(IT) 관련 전담부처를 부활하는 문제도 냉철한 현실 분석을 전제로 한다면, 그리고 시대적 과제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을 중심축으로 삼는다면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반면 해양수산부 부활은 경우가 다르다. 벌써부터 그 입지를 둘러싸고 복잡한 지역 간 이해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자칫 또 다른 분란의 근원이 될 우려가 커졌다. 이 문제는 어설픈 절충보다는 확고한 정부 원칙이 지켜져야 할 부분이다.

새 정부 최대 공약의 하나인 복지 확대를 위해 이를 전담할 ‘사회보장위원회’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복지 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아 10여 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각종 복지제도를 총괄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상징적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 복지정책의 최대 과제가 복지의 보편화 확대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복지의 효율 향상과 비효율 척결이 앞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복지 관련 통합관리 시스템의 신설 운영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대통령 직속이든, 총리 직속이든 그것은 다음의 문제다. 조직 개편은 서두르지 말고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기본 구도를 먼저 제대로 잡고 정부 효율 향상과 관료주의, 비효율, 낭비의 제거를 동시에 구현하려는 자세로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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