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NHK에서는 ‘제63회 홍백가합전’이 방영됐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본의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한 ‘홍백가합전’의 이날 방송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홍백가합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NHK는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했다. 특히 스마트폰 어플 ‘NHK 홍백가합전’을 내놓으며 팀대결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촉구했다. ‘홍백가합전’의 모든 것을 담은 해당 어플리케이션에는 투표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수많은 시청자들의 실시간 투표를 독려했다.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가요축전인 만큼 자신의 한 표로 승패를 결정짓자는 의도였다. 때문에 이번 기획의 주제 역시 ‘투표로 일본에 꽃을 피우자’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에 전세계 지도를 한눈에 펼쳐볼 수 있게 한 뒤 일본열도에 예쁜 꽃송이를 피워 투표지역을 표시하게 했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투표현황도 알수 있도록 투표 참여인원을 기록했고, 축제를 마친 뒤에는 일본 열도에 꽃이 만발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프로그램의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중계됐다.
재미있는 기획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NHK는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간접적으로 알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고 “연말 NHK 홍백가합전(일본인 70%가 보는 연말최대축제)에서 독도가 일본땅인걸 간접적으로 알리는 도표가 있었는데 꽃으로 표시한 곳이 자신의 땅이라고 했다고 합니다”라면서 “이젠 공중파까지 가세를 하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사진은 해당 지도를 확대해 캡처한 것으로, 울릉도 옆 독도 자리에 꽃이 만개한 모습이었다. 언뜻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NHK는 이 투표장면을 통해 독도를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칭)’로 분명히 규정했다.
문제는 시청률이 70%에 달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미치는 영향력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된 ‘홍백가합전’은 지난 2일 일본TV 방송 시청률을 조사하는 비디오리서치의 집계 결과, 관동 지구에서만 1부 33.2%, 2부 4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연속으로 2부 시청률이 40%를 넘는 진기록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 방송이 일본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는 판단이다.
서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시청률 70%가 넘는 가족 공중파에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하며 이 방송이 미칠 영향력을 우려했다. 특히 3년 전 시마네현(島根縣)에서 진행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를 떠올린 서 교수는 “일개 현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점차 커져 국회의원들이 초청되고, 요미우리나 산케이신문 등 전국지 기자들이 참석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 같은 매체를 통해 일본인들은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날 방송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의 우려는 3일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평화연구소 김미경 부교수 측이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땅”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67%(293명)에 달했으며, “아니다”라는 응답은 2%(7명)에 그쳤다. 27%(118명)는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특히 응답자 중 91%(399명)는 “독도 분쟁에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을 내놓았는데, 이들 중 절대다수는 TV와 신문을 통해 정보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NHK의 ‘홍백가합전’은 총 50팀의 가수가 출연, 여성과 남성팀인 홍백으로 나뉘어 대결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1ㆍ2부 합산 시청률이 70%를 넘는 연말 최고의 흥행작이다. 이 가요축전에는 일본가수들뿐 아니라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 인기가수들도 다수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일본 가수들 역시 해당 축제에 참석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꼽는 영예로운 자리다. 하지만, 2012년 연말 방영된 ‘홍백가합전’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한국가수들은 한 팀도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산케이스포츠는 NHK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담당자의 발언을 인용, 홍백가합전에 한국가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독도문제와는 관계없다”면서 “올 한 해 활약과 여론 지지 등을 판단한 결과 지난해보다 수치도 낮았고 출전권도 한정돼있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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