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부패가 만연한 그리스에 뇌물과 탈세를 신고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그리스 여성 크리스티나 트레몬티(23)는 지난해 10월 ‘에도사파켈라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그리스어로 ‘나는 뇌물을 주었습니다’라는 뜻으로. 현재 이곳에는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을 익명으로 고발하는 글 1220건이 올라 있다. 이 글에 등장하는 뇌물 액수를 합치면 431만3000유로(약 61억원)에 달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자라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트레몬티가 이 고발 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그는 “전립선암에 걸린 퇴역 군인 할아버지가 출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갔지만 병실이 없다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뇌물 300유로(약 42만원)를 의사에게 건넸더니 한 시간 만에 수술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리스에는 ‘작은 봉투’를 뜻하는 그리스어 ‘파켈라키(fakelaki)’가 뇌물이란 의미로 통용될 만큼 부패가 만연해 있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일 처리를 빨리하기 위해 뇌물을 주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부패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반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에도사파켈라키’에 올라온 고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의료 관련 뇌물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운전면허증 15%, 건축 허가 4% 등이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탈세 관련 고발은 3%에 그쳤다. 영국 BBC방송은 탈세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익명으로라도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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