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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정식> 국회에 꺾인 대형마트 · 지자체 상생
자율과 상생, 소통. 홍석우 장관이 몰고 온 지식경제부의 변화 방향이다. 과거 뻣뻣한 자세로 기업들에 칼날을 들이대던 상공부의 모습에서 보면 큰 발전이다. 아무리 전력이 부족해도 원전 지역 주민과의 합의 없이는 원전을 강제로 돌리지 않는 지경부의 방침을 보면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변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결과만을 만들어내려는 행태는 오히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나왔다. 지경부가 대형 마트들과 중소 상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협의회’는 결국 빛이 바래지게 됐다.

2012년의 마지막 날 대형 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을 2시간 단축하고 의무 휴업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영업 제한시간을 ‘자정~오전 10시’까지로 2시간 단축하고,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로 하도록 강화했다.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대형 유통업체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자율적 상생 방안을 끝내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지난 11월 대형 유통업체가 소상공인들과 유통 상생에 나서기로 발표한 바로 다음날, 국회는 이를 자율이 아닌 강제로 바꿔버렸다. 대형 마트업체들이 스스로 자율 휴무ㆍ출점 자제에 나서기로 결정한 지 딱 하루 만에 국회가 이를 무효화시킨 꼴이다.

물론 대형 마트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중소 상인들과의 협의에 임했는지는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국회가 무작정 중소 상인들 보호라는 대전제에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발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예전과 달라진 정부가 최대한 자율과 상생을 이끌어내며 의지를 불태웠다면 국회는 이를 기다려줬어야 마땅하다.

홍 장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유통산업발전협의회와 같은 자율적 상생 모델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한 단계 진화된 동반성장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자율과 상생을 강조한다. 새 정부의 진용이 어떻게 짜이든 이런 변화의 기치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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