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겪은 일본은
일본은 저성장ㆍ저금리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내수 침체와 맞물리면서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이제 ‘잃어버린 20년’째를 겪고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경기 불황과 재정난으로 안정된 일자리와 복지 수혜의 기회마저 잃었다. 최근 발표한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10% 내외로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일본 대학가에서는 ‘취업 빙하기’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어렵다. 취업의 질도 하락해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소위 ‘프리터족’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한 청년실업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시기를 놓치면 갈수록 노동시장에서 배제된다. 일을 해본 경험이 아예 없기 때문에 놀고먹는 기간만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식 장기불황은 30~40대 나이에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급증하게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990년대에 문제가 됐던 20∼30대 ‘캥거루족’이 중년이 돼서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생활을 이어가면서 30∼40대 ‘캥거루족’이 3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캥거루족은 2010년 현재 295만명으로 지난 1990년 112만명, 2000년에는 159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총무성 통계연구소에 따르면 35∼44세의 연령대에서 6명 가운데 1명꼴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16.1%에 해당한다.
일본 재계는 자립하지 못하는 미혼자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저출산이 가중되고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기불황에 따른 고용 부진과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등 어려운 현실 여건은 자살에 대한 유혹도 키우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대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28%에 이르고, 20대 여성은 무려 33.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