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법” 주장
소수자의 상징…대통합에 무게도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강박증세의 로맨스 작가 잭 니컬슨은 솔로맘 헬렌 헌트에게 “당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준다(You make me wanna be better man)”고 고백한다.
2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내가 더 나은 대통령이 되고 싶게 해준다(You make me wanna be better president)”고 고백한 듯 싶다.
김 위원장은 판사 시절인 1963년 박정희 대통령직무대행을 비판했던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헌법재판소장 시절엔 과외 금지, 군제대자 가산점제, 동성동본 금혼 위헌 결정 등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법복을 벗은 이후 그의 소신은 차기 정부 국정의 기초를 다질 정무직인 인수위원장으로서의 행보를 예상하는 데는 더 중요해 보인다.
그는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에 대해 “책을 거의 다 읽어봤는데, 90% 이상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자식이 승계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며, 재산을 물려주는 건 보장해야 하지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도 했다.
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버는 사람은 세율을 좀더 높이고, 세금을 안 내는 저소득층도 조금씩 세금을 내도록 해 세금을 쓰는 나랏일에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산층만 쥐어짜는 세금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평소 지론은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 당선인과,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법을 주장하는 김 위원장의 소신도 궁합이 맞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하며, 미운 사람만 법으로 단속하는 차별적 적용은 안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신념이다.
김 위원장은 또 소수자(장애인)의 상징이다. 김 위원장의 뜻이 인수위를 관통한다면 박 당선인의 대통합은 실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김 위원장은 실무를 총괄하는 진영 부위원장과 호흡도 좋다. 김 위원장의 애정이 각별한 큰사위 최영익 변호사와 진 부위원장은 1980년대 중반 미국 워싱턴대학 로스쿨에서 동문수학했다.
50여일의 짧은 인수위 활동기간에 ‘기록제조기’였던 그가 얼마나 ‘짙은 상징’을 차기 정부에 심어놓을지 주목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