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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2013년 체제 버전 2.0
세상읽기
올 한 해 우리 사회에는 거대한 변화의 신호음이 울렸다. 안철수 현상과 경제민주화가 그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틀을 넘어 제3의 섹터에 들어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새 시대의 첫 장을 여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이다.

실제 그랬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정치 시즌을 맞아 권력에 다가서려는 폴리페서와 정치지향적 지식인들의 낯간지러운 행태가 세상의 혼탁함을 더했다.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사건은 탁세(濁世)의 절정이었다. 세태의 정곡을 찌른 교수들의 안목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외형상 우리 사회는 분명 거세개탁이었다. 하지만 사회 내면을 관통한 키워드는 ‘2013년 체제’라 할 수 있다.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물결이 사회 저변에 도도히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안철수 현상’이며, 사회ㆍ경제적으로는 ‘경제민주화’였다. 이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틀을 넘어 제3의 섹터로 들어서는 거대한 신호음이었다. ‘2013년 체제’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정권교체와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제기한 가설이다. 그러나 정치와 진영논리를 벗겨내면 새 시대에 대한 갈망을 담기에 이만한 표현이 없을 듯하다.

안철수 현상은 한마디로 새 정치에 대한 욕구의 분출이다. 지역주의와 패거리 정치, 정치공학에 매몰된 ‘만년 3류’ 정치권에 보내는 최후통첩이었다. 우리 정치는 ‘불량한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부모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기회를 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실망뿐이었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3류 정치에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무형의 정치세력을 형성하며 위세를 과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성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현상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 강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2013년 체제로 정비하지 않으면 정치권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도, 패한 민주당도 모두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는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고, 고용을 통해 이를 재분배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기업과 경제는 성장하는데 내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용어들이었다. 인내하며 견뎌보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양극화의 심화가 경제민주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제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기업 가치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업도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을 지향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시종 화두가 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국민들은 2013년 체제의 첫 장을 열어갈 지도자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했다. 박 당선인 역시 그 사명감의 무게를 절실히 느낄 것이다.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호하면서도 갈등을 감싸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각(舊殼)을 깨는 아픔이 뒤따르더라도 50년, 100년 우리의 운명을 내다봐야 한다. 새해가 목전이다. 그러나 2013년 체제 버전 2.0은 이미 작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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