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갈등조정 능력 첫 시험대
민주 “여야 합의사항” 처리 압박버스 총파업 예고에 연기론 솔솔
18대 대통령 당선 8일 만에 박근혜 당선인의 ‘갈등 조정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 당선인의 약속 중 하나였던 ‘택시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버스업계는 총파업을, 택시업계는 약속 이행을 고집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그러나 애당초 택시법을 반대했던 현 정부는 사실상 중재를 포기한 모습이고, 입법안을 둘러싼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할 국회도 당내 사정 등을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심지어 박 당선인 측조차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7일 윤관석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택시법 처리는 합의된 사항”이라며 “국회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누리당도 원칙적으로는 연내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석호 새누리당 국토해양위 간사는 “이미 여야 원내대표단이 합의한 것”이라며 “올해 안에 내년 예산안과 함께 택시법도 본회의에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는 버스 총파업 경고를 이구동성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택시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고, 윤 대변인도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지정된 나라가 없다는 게 정부 논리인데, 우리나라는 택시의 대중성이 매우 높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치권, 특히 새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당장 버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대선 기간 중 택시법 처리를 약속했던 박 당선인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중에 버스업계의 파업 경고에 잠시 미뤄뒀던 택시법 처리 시한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임기 시작 전부터 갈등 조정 능력이 시험을 받는 처지가 됐다.
박 당선인은 지난 11월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법제화에 반발한 버스업계의 전면 운행 중단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의견 수렴을 해서 조정할 것은 조정했어야 하는데 의견수렴이 충분히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언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당내 의견이 아직 안 정해진 것 같다”며 “정부와 버스, 택시업계 3자를 잘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당선인 측 한 관계자도 “(인수위 구성 문제 등 때문에)지금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택시법의 본회의 상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버스 파업에 따른 국민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 측, 그리고 당의 사령탑이 사라진 민주당 모두 버스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연내 처리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