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치쇄신과 관련, 개헌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치쇄신의 방안으로 제시한 권력 분산의 실질적 실천을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 환경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태어난 9차 헌법개정 이후 당선된 모든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말했지만 번번히 ‘시기상조’라는 여론의 벽에 가로막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거 과정에서 여야, 그리고 무소속 후보 모두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은 결국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필요하다”며 “개헌 없이 본인의 의지만으로 하는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의문”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도 일찌감치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한 상태다. 박 당선인은 지난 11월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도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개헌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핵심 쟁점은 대통령제 개편이 될 전망이다. 미국식 4년 중임제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ㆍ부통령제 도입, 책임 총리제 강화 등 권력 분산을 위한 세부안에서는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분단 현실을 반영한 영해, 영토 규정, 경제민주화 및 인권에 대한 조항에서도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에서도 개헌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내놨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노 전 대통령 시절, 또 새누리당 정부였던 현 이명박 대통령 모두 임기 중 개헌 카드를 꺼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묵살당했던 경험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용의 정략적 접근이나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시한부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진두지휘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개헌 논란과 관련 “경제민주화 추진이나 경제위기 극복 등 서민 생활에 관련된 사안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상당부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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