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하나에 담긴 사람들의 추억은 과연 몇 개일까. 국수 한 자락에, 찬 맥주 한 모금에, 뜨거운 스프 한 스푼에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추억과 이야기와 웃음과 눈물을 떠올릴까.
‘요리선생 라자냐가 글로 차려낸 식탁’이라는 부제가 붙은 새 책 <추억은, 별미>(톨)는 식도락 소녀였던 저자가 당당한 싱글 여성이 되기까지 수많은 날들을 채워온 요리에 관한 기억을 풀어내는 책이다.
‘겨울을 떠돌던 보리차 향기’ ‘굴튀김의 바삭거리는 격려’ ‘이게 다 깻잎튀김 때문이야’ ‘맥주는 벌컥벌컥 들이켜야 제맛’ ‘인생이란 백 통의 사워크림을 비워내는 일’ 등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생각의 조각들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잡아 끈다.
자신의 요리 클래스를 처음 열 때부터 지금껏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원년 멤버이자 여행 친구에 대한 이야기, 컵라면조차 황홀했던 대학 시절의 기억, 커피를 아주 조금 넣은 모카쿠키 속에 담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마음들,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시간까지 음식에 담긴 저자의 추억과 위로, 그리고 사랑까지 생생하게 그려냈다. 단지 결혼을 안 했을 뿐인데 결국엔 결혼도 ‘못한’ 사람 취급을 받고, 그런 반응에 신경 쓰지 않으며 씩씩하게 살려고 했을 뿐인데 ‘용쓴다’는 소리나 듣는 그녀에게 군더더기 없는 위로를 건네는 건 바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브런치, 결국 한 접시의 음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추억 여행을 쫓아가던 내가 어느 순간 그 음식에 관련된 나의 추억 여행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어느 겨울 초등학교 교실을 훈훈하게 채웠던 그 때 그 보리차 내음,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던 엄마의 따끈한 국 한 그릇, 한여름 밤 편의점 앞 플라스틱 탁자에서 친구와 부딪치며 흥겹게 즐겼던 캔맥주 같은….
이 세상 수만가지 음식과 그보다 더 많은 가짓수의 추억으로 인도하는 열쇠가 될 이 책은, 추운 겨울날 두꺼운 이불 덮고 귤 하나씩 까먹는 소소한 행복처럼 저자의 추억을, 그리고 나의 추억을 야금야금 아껴가며 들춰보는 즐거운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강선옥은 ‘요리선생 라자냐’라는 이름으로 인기 포털사이트에서 ‘라자냐의 키친(http://blog.naver.com/lasagna7)’을 운영하는 유명 요리 블로거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8할을 먹는 일에 소비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자연스럽게 요리의 길로 빠져들었다. 요리 잡지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고, 요리 실력 못지 않게 미려한 글 솜씨로 많은 언론 매체에 요리 관련 칼럼을 게재했다. 현재 경기도 일산에 쿠킹클래스 ‘라자냐’s 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요리선생 라자냐의 친구를 위한 예술반찬> <요리선생 라자냐의 싱글을 위한 예술반찬> <수상한 요리책> <라자냐의 간식타임 134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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