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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특수부 검사들의 ‘실종’사태-박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ㆍ전 검사장)
대선 후보들이 중수부 폐지ㆍ수사권 축소 등 검찰개혁 공약을 강조 하면서 검찰 특수검사들의 사기가 말씀이 아니다. 특수수사에 대한 공과는 분명하게 가려야겠지만, 특수부 검사들이 겪는 애환에 대해 한번쯤 들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을 주특기별로 살펴보면, 검찰총장의 경우 한상대(기획), 김준규(기획), 임채진(기획), 정상명(공안), 송광수(기획) 등이고, 법무부장관은 권재진(공안), 이귀남(공안), 김경한 (공안)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특수통으로 명성을 날리던 검사는 한사람도 없다.

검찰에서 특수통이 끝까지 잘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수부 검사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이른바 거악을 상대로 직접 인지 수사를 하여 그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의사로 통한다. 특수부는 검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분야이며 검찰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기회가 많아 검사로서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도 많이 생길수 밖에 없다. 수고 끝에 얻은 명성은 짧고 원망은 길다.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수사 대상이 되어 몰락할 위기에 처하면 우선 검사를 원망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 그런 사람들일수록 막후에서 치열한 구명운동을 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 동원된 유력인사들도 한 편이 되어 검사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특수 검사들은 이래저래 권력자ㆍ유력인사들로부터 경원시되고 비호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안 분야는 검사 직접인지 사건이 거의 없다. 국정원, 경찰, 근로감독관, 더러는 기무사에서 일차 수사한 사건을 보완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공안부는 업무 특성상 정치권, 재계 등과 직접 부딪혀 척을 지는 일이 거의 없다. 말하자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분야이며, 오히려 정치권과 재계를 상대로 존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기획파트는 드러나지 않고 화려한 것도 없지만, 적이 없어 상처 받을 일도 없다. 윗사람의 측근으로 일하다가 인사 상 배려를 받아 순조롭게 목표를 향해 오를 수 있다. 검사들이 법무부나 대검의 참모로 발탁되기를 원하는 이유도 인사상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수부장 역임자 중 재직기간동안 단 한건의 수사도 하지 않은 분이 있다. 그분은 “중수부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밥값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중수부는 박연차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거센 비난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공적은 물론 존재의의까지도 부인당하고 있다.

문제는 중수부를 존치하느냐 마느냐 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를 어떻게 운용하느냐 하는 사람의 문제다.

인사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인사권자가 지연, 학연 등을 염두에 두고 자기 라인에 있는 사람 먼저 챙기고 활용하는 분위기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지만, 하루빨리 법치의 중추인 검찰이 바로서고 특수 검사들이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주기 바란다.

앞사람이 거악과 싸우다가 쓰러지면 뒷사람이 따르고 이렇게 1800명 검사들이 용맹정진 한다면, 법치와 정의가 살아나고 국민들은 신뢰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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