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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의 선택과 집중 - 박상근(세무회계연구소 대표ㆍ경영학박사)
여당 대선 후보는 매년 27조원(5년간 135조원), 야당 후보는 매년 39조원(5년간 197조원)의 나랏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복지공약을 내놓았다. 지난해 대비 올해 늘어난 복지예산이 5조6000억 원 정도인데, 이 금액의 4.8~6.9배에 달하는 돈을 매년 추가로 복지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출산ㆍ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늘어나는 복지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여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퍼주기식으로 복지를 늘리다간 부도위기에 처한 그리스 꼴이 되기 십상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세출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의 상한선을 예산회계법에 정하는 방법으로 정치권의 복지 공약(空約) 남발을 막아야 한다.

복지예산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먼저 생활 밀착형 복지부터 정착시키고 반값등록금, 무상의료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는 재정 여건을 봐가면서 후순위로 도입해도 늦지 않다. 국민의 기초생활 보장, 보육, 치매를 비롯한 중증 노인 간병, 고교 무상교육 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우선 복지다. 전기가 끊긴 단칸방에서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화재로 숨진 고흥의 소년 참사 사건은 기초생활복지와 복지의 우선순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우리나라 재정 현실은 재벌 자녀까지 무상급식과 등록금을 대주는 등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복지 종류에 따라 소득과 재산을 중심으로 수혜자 자격을 정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원칙이다. 일단 도입된 복지는 줄이기 어렵다. 새로운 복지 도입과 수혜자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복지정책은 투 트랙으로 가는 게 맞다. 근로 능력이 있는 계층에겐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특히, 청년들은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시혜적 복지보다 꿈을 펼칠 수 있는 반듯한 직장을 원한다.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선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에 신규 일자리가 올해보다 20만개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금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기업 옥죄기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한편 독거노인, 중증장애우, 소년소녀가장 등 일할 능력이 없는 극빈층에겐 지금보다 시혜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기초생활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 후보들이 거창한 복지를 외쳐봐야 국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기초생활보호 대상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수혜 대상에서 누락되는 극빈층이 없도록 복지 그물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게 선결과제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2~3% 대의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세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경제와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새 정부는 대부분의 무상복지공약을 거둬들여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복지공약 시행에 무리수를 둔다면 재원의 대부분을 ‘빚’을 얻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현 세대가 잘 살기 위해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는 것이다. 재정여건상 불가능함을 뻔히 알면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다해주겠다면서 복지공약을 쏟아내는 후보는 ‘진정성’이 없다. 이런 진정성 없는 후보에게 나라 곳간과 우리의 미래를 맡겨선 안 된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그나마 무상복지공약을 자제하는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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