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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줄기 빛…당신과 나의 기억속…무수한 빛으로
12일부터 설치미술 개척자 임충섭 회고전
재미작가 임충섭(71). 한국의 미니멀한 설치미술은 이 작가에서 시작됐다. 임충섭은 ‘설치미술’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지난 1960년대 말 설치미술의 출발을 알렸다. 더구나 그의 작업은 서구현대미술에 등장한 설치미술의 시작점과 ‘동시대성’을 띠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우리 설치미술의 개척자인 임충섭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회고전을 연다. 오는 12일부터 ‘임충섭:달, 그리고 월인천지’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설치미술의 50년 궤적을 한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돌아보는 자리다.

임충섭은 1970년대 초 뉴욕으로 건너가 40여년간 해외에서 작업해온 원로작가다. 도미 후 그는 뉴욕 휘트니미술관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퀸즈미술관 작품공모에 선정되며 새로운 예술을 앞장서 추구했다. 오랜 뉴욕생활에도 불구하고 임충섭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고향(충북 진천) 풍경에 작업의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그 시절 겪은 어머니의 죽음은 작가에게 끝없는 그리움과 함께 예술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빛-점프 1985. 나무에 유채 140×130×130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결국 한국과 미국이라는 이질적 문화의 경계에 놓이게 된 상황은 그의 작업의 원천이 됐다.

그는 설치작업 외에도 평면, 드로잉, 오브제, 영상 등 다양한 매체실험과 조형방법을 오갔다. 따라서 전시 또한 이를 총망라해서 보여준다. 시대별 주요 작품과 미공개 작품 등 총 70여점이 공개된다.

특히 고국에서의 회고전을 위해 이번에 새롭게 시현한 ‘월인천지(月印千地)’는 달의 운동을 보여주는 영상, 전통농기구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 한옥 정자를 기반으로, 자연과 문명에 ‘다리’를 놓은 환상적인 작업이다.

영상과 설치가 복합된 이 작품은 커다란 나무구조물과 실뭉치 사이를 비추는 한줄기 빛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마음의 빛이자, 달빛, 첨단장비에서 나오는 빛을 두루 포함해 이채롭다. 그 빛은 스스로 변화하며 관객의 개별적 기억과 경험 속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무수한 ‘빛’을 돌아보게 한다.

하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를 끝없이 오가며 그 사이의 관계맺음을 모색한 임충섭의 작업은 그 명징함과 독자성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아울러 자기 비움과 절제를 통해 타자와의 열린 소통, 만남을 지향하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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