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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로 확장된 서랍그림..감성의 별자리로 잇는 관계항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불규칙하게 중첩된 ‘서랍그림’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온 젊은 작가 정해윤(40)이 이번에는 우주의 별을 그렸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나와 새로운 감각의 동양화를 모색하고 있는 정해윤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대표 이옥경)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그동안 빽빽한 서랍그림으로 현대사회 속 인간과 인간, 사회와 인간간 관계를 성찰해온 그는 ‘타임 트랙’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우주로 무대를 확장해 우주공간에서의 관계를 천착했다.
이에따라 기존의 사적인 공간을 의미하던 작은 서랍은 우주의 한 부분으로 전환됐다. 서랍을 연결해주던 참새들이 있던 자리에는 진주가 등장했다. 진주는 곧 별들을 은유하는데, 미지의 별들이 빚어내는 관계망을 통해 정해윤은 확장된 세계 속 개체간 관계와 소통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


수억, 수조가 넘는 천체 속 별들 중에서 인간이 밝혀낸 별자리는 고작 88개라는 사실에 주목한 작가는 저 광활한 이성의 공간인 우주에, 끊임없이 감성의 별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Time track-Buoy’라는 작품에서는 인류가 오랜 세월 항해의 길잡이로 삼았던 북두칠성을 따라, 그 아래에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돛단배 모양의 또다른 별자리를 그려넣었다.
‘Time Track-Garden of Eden’에서는 우주라는 드넓은 정원을 뛰노는 사슴과 만개한 꽃들이 별자리처럼 표현돼, 우주가 에덴의 정원인 것처럼 시적으로 그려졌다. 작가는 지극히 작은 존재인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우주를 전혀 색다른 공간으로 그려내는 그만의 시각예술을 시도하고 있는 것.

정해윤의 그림은 구도와 표현이 탄탄하다. 얼핏 보면 서양화같지만 그의 그림은 동양화다. 장지에 금분과 은분, 그리고 진주를 이용해 빛의 반사효과를 강조한 그림은 모두들 독립적인 듯하지만 알고보면 하나로 연결돼 커다란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드러낸다.


그의 대표적 서랍그림 ‘Relation’에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 크고 작은 서랍들이 빼곡하다. 열린 서랍 위에는 작은 참새들이 앉아 있다. 새들은 가는 선(線)으로 연결돼 있다. 서랍은 개인의 개별적 공간이요, 새는 하나의 개체를 뜻한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무리지어 사는 현대의 빽빽한 주거공간과 현대인을 작가는 서랍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서랍 속에는 각 개인의 추억과 삶의 편린이 담겨져 있다.
새들을 이어주는 흰 선은 한 인간이 타인과 맺는 관계를 뜻한다. 너무나 가늘어 곧 끊어질 듯한 가는 선은 현대사회 속 소통이 점점 실낱처럼 가늘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12월30일까지. 사진: 가나아트갤러리. 02)720-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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