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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를 녹인 따뜻한 조명아래 흐른 류이치 사카모토 트리오의 연주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도심 속 한적한 거리에 차들은 쌩쌩 달렸다. 한파에 겨울바람은 살을 에는 듯하고 영하 13도의 유난히 추운날씨에도 공연장만큼은 모든 것을 녹일 만큼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류이치 사카모토 트리오의 연주는 한파 속 마음까지 얼어버린 관객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이날 연주는 피아노의 류이치 사카모토와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이 함께 했고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연주에 앞서 악기와 음향장비를 세팅하는 스탭들의 분주한 준비는 섬세함에 섬세함을 갖춘 모습이었다. 트리오의 대극장 공연에 만전을 기하고자 피아노의 현과 마이크 사이의 길이를 체크할 정도로 세심함을 보여줬다.

트리오를 위한 조그만 클래식 콘서트 홀이 아닌 만큼 음향에 대한 핸디캡을 가지고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의 작은 소리 하나까지 잡아낼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연주를 가장 돋보이게 만든 것은 조명의 단순한 색감과 최소화한 조명의 아름다움이었다. 곡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미니멀한 조명은 ‘Bibo No Aozora’에서 아름다운 푸른 하늘 이란 뜻의 곡 제목과 어울리게 푸른색 조명의 미세한 변화와 전환으로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연주자들의 주위를 둘러싼 조명은 어느새 꺼지고 무대 아래로 내리쬐는 듯한 은은한 조명은 연주와 조합을 잘 이루는 듯 보였고 ‘Seven Samurai’의 붉은 조명과 진한 푸른 조명은 비장미가 넘쳤으며 ‘Tango’에서는 적색과 주황색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짧은 인사와 함께 시작된 류이치 사카모토 트리오의 연주는 거센 터치는 없었지만 내면의 격렬함이 있었고 간혹 건반에 얼굴을 파묻고 연주에 몰두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가 내는 소리 하나하나에 완벽히 집중했다. 박수소리조차 내기 미안할 정도의 분위기에 숨죽인 공연장은 트리오만 무대 위에 올라가 연주하고 있는 듯했다.

사카모토는 직접 손으로 피아노 현을 훑으며 연주하기도 했고 ‘Shizen No Koe’는 그가 좋아하는 곡이라며 연주하기 전 ‘Voice of Nature’란 뜻이란 것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피아노 솔로곡 ‘Bagatelle’에 이어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에서 조용하게 절정을 이룬 공연은 차고 넘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감성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00석의 객석에 전했다.

‘Ichimei’, ‘Last Emperor’로 이어진 연주는 마지막 곡 ‘1919’로 마무리했고 19년을 함께 한 자크 모렐렌바움의 첼로와 사카모토의 피아노와의 호흡은 나무랄 데 없었다.

박수 속에 다시 등장한 사카모토가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앵콜로 이어간 곡은 ‘Rain’. 시작과 동시에 환호가 터져 나왔고 트리오 구성이 잘 어울렸다.

검은색 긴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멋적게 백발의 머리를 쓰다듬는 류이치 사카모토. 한파 속에서도 따뜻함을 전한 그의 콘서트는 곡의 분위기를 조명의 아름다움과 함께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빛과 소리가 공존한 시간이었다. ygmoon@heraldcorp.com

[자료제공=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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