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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민병문> 대선토론판 본질이 흐려졌다
진보 좌파는 미꾸라지보다
한마리 메기 되어 자본가들
긴장시키는 역할이 바람직해
대선토론회 방식은 개선을



도대체 근 2시간에 걸친 시청 시간이 아까웠다. 차라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보았다면 나았다는 생각이다. 4일 밤 잔뜩 기대를 안고 TV앞에 앉아 18대 대선 후보 3인의 토론회를 시청하고 느낀 소감은 처음 황당하다가 분노로, 이어 과연 이런 민주주의가 합당한가 하는 체제 회의에까지 빠져들게 했다,

한마리 미꾸라지가 가뜩이나 흐린 웅덩이의 물을 완전히 진흙탕으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 미꾸라지에 붕어 두 마리가 쫓기듯 어리벙벙한 광경이 마치 하나의 개그를 연상시켰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더욱 시청자들의 울분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판은 원래 쇼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어떤 명분이라도 내놓고 판을 벌여야 하는데 이 토론회는 정치 외교 안보 통일이라는 주제와는 분명히 거리가 멀었다.

오로지 노동자를 들먹임으로써 일부 지지층과 또 일부 사회 불만세력의 부동층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7억원의 선거자금을 후보 등록 하나로 벌어들이고 그러다가 단일화 명분으로 후보 사퇴를 할 경우 그 돈을 어쩔 것이냐는 질문에는 동문서답했다. 보잘 것 없는 노동자 일당, 그나마 없는 일용직 자리를 찾아 새벽 인력시장에 나서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체하며 4월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까지 술수로 운용하다 들통이 나자 결국 손잡고 일하던 동료들이 걷어차고 나간 시점이다. 노동자 이익 대변은 집권할 경우 정책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밝히는 게 정도지,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려 출마했다고 말해선 안된다.

한국의 정치 경제적 실상을 손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팽배, 국가 간 격차, 계층 간 간격이 너무 벌어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분명하다.특히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순환출자와 잡식성 사업벌이기, 중소기업 영역 침범, 기술 빼앗기 등으로 그런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우려할 만하다.

지금은 과거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 ‘GM(제너럴모터스)이 곧 미국이다’는 말이 무리없이 통하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때의 기업가, 자본가들은 더 많은 사회공헌, 지출에 인색하지 않았다. 우리 삼성전자는 지금 2011년 매출액 120조원으로 전체 국가 총생산 1조4000억달러의 약 7%를 차지, 삼성공화국 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만일 누군가 ‘삼성이 곧 대한민국이다’고 했다가는 돌팔매 맞기 딱 알맞다. 그만큼 대기업이 커지고 국가가 세계 10대 강국에 들어갈 정도로 커졌어도 사회 불만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일자리, 계층 간 격차의 확대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18대 대선 캠페인 화두는 당초 경제민주화였다.이를 새누리당이 선점했다. 독일식 나눔 경영에 흠뻑 빠져있는 올드 맨이 깜짝 쇼처럼 등장, 이를 추진하자 뒤늦게 민주통합당이 한발자국 더 나간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진보 정당은 당연히 이를 더 정교히 개발해 정책 제시를 하는 게 순서다. 나아가 새누리당이 ‘모든 게 민생이다’고 제2차 표어를 내걸고 나왔다면 누구보다 먼저 더 나은 민생을 파고들었어야 진보 정당의 가치가 살아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보수 정당에 선점당하고 나서 분풀이하듯 TV토론장 물을 흐려놓다니 진보 좌파의 앞날을 위해 참으로 안타깝다.

진보 좌파가 있으므로 해서 보수 우파도 긴장한다. 그러니까 미꾸라지가 아닌 한 마리 메기가 되어 붕어들을 긴장시키는 게 노동자 자본가 보통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노동자 가운데 현대차처럼 귀족 같은 계층이 있는가 하면 자본가 중에도 중소 영세기업 운영자는 하루 하루 월급주기 바쁜 축도 있다. 진보 좌파는 보다 원숙해져야 하고 대선 토론회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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