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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미’ 대가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세종시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거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전월세 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수요 예측이 잘못된 초등학교는 아예 콩나물 교실이다. 세종시 땅값 상승률이 전국 1위가 된 지 오래다. 청사 이전 초기 단계라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과천 핵심 부처들이 이달 중 이전을 마치면 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게다가 대선까지 맞물려 분위기는 더 어수선하다. 차기 정부 출범 후 조직 개편이 단행되면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왕복 4시간이 넘는 서울 출퇴근도 불사하는 공무원이 부지기수다. 몸은 세종시에 있지만 마음은 서울에 있는 셈이다. 정권의 향방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1급 상당의 공무원은 전원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 대선 결과와 새 정부 인사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덜컥 이사부터 할 수는 없다는 판단도 무리는 아니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시도 때도 없는 서울 출장이다. 특히 국회 예산 심의가 본격화되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를 오갈 수도 없어 여관방을 전전해야 할 판이다. 재정부 예산실과 세제실은 아예 서울 반포 공정거래위원회 자리에 서울사무소를 마련, 대국회 업무 등을 전담키로 했다. 그러려면 뭐하러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하지만 어차피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세종시가 빨리 자리를 잡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교통과 주거 등 생활 인프라를 조기에 갖추도록 만전을 기하고, 정치권은 예산 집행에 불편함을 줘선 안 된다. 특히 서울 출장을 최소화하는 화상회의와 원격근무 시스템의 조기 정착은 필수다. 장관들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 역시 대폭 줄이거나 몰아 진행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세종시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당장의 표를 의식해 남발한 공약은 수십, 수백 배의 후유증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 할 것 없이 오늘도 공항ㆍ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국민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교묘하게 감춰진 포퓰리즘의 본색을 가려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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