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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조길종> 대형가맹점의 통큰 희생
작년 신용카드 결제액 451조원
300兆가 대형 가맹점 몫 추산
순익의 절반을 수수료로 지급
중소가맹점과 상생 모색해야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신가맹점수수료 체계 시행을 앞두고 신용카드시장 참여주체들 사이에 새롭게 적용될 수수료를 두고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신가맹점수수료 체계의 핵심은 올해 3월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입법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크게 2가지다. 첫째, 신용카드사는 35년 동안 지속되어온 불합리한 업종별 수수료체계를 거래건수 및 가맹점별 적격비용 등을 감안해 대형 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간의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장 합리적인 가맹점별 수수료율을 산정해야 하며 둘째, 대형 가맹점은 신용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과 수수료 부담 경감 목적의 대가 요구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하되고 대형 가맹점은 0.3%~0.5%포인트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시장은 전통적인 재화시장과는 달리 네트워크시장으로 한쪽 참여자의 의사결정이 다른 쪽 참여자의 편익을 결정한다. 즉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 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용카드사는 가맹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호작용을 통해 초과이익을 얻는다. 이러한 신용카드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2011년 말 신용카드발급 수가 1인당 4.7매, 신용카드가맹점도 223만개로 전체 사업체의 74%에 이르러 신용카드 결제가 하루 평균 2342만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구조하에서 그동안 대형 가맹점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수료율이 최저 1.5%까지 인하돼 평균 수수료율이 3.1%에 고착된 중소가맹점에 비해 신용카드시장의 외부효과를 상당히 향유하였다.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강제적인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매년 신용카드 판매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신용판매에 의한 신용카드 결제액은 451조원에 이른다. 이 중 300조원 이상이 대형 가맹점의 몫으로 추산된다. 신용카드에 의한 매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네트워크 효과가 대형 가맹점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신용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전략으로 대형 가맹점의 매출이 증대하지만 이를 수수료율에 전가할 수 없어 대ㆍ중소가맹점 간 수수료율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이 시장에서 조정(coordination)되지 못해 중소가맹점의 갈등 해소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가맹점수수료는 가맹점이 신용카드에 의한 이익 증가나 판매대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이다. 이익을 누리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신용카드 거래로부터 이익균형의 조정실패가 반복됨에 따라 중소가맹점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증폭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가맹점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진입 확대로 이익이 없거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 및 인건비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용카드시장에 참여하여 이익을 누린다는 명분으로 준조세와도 같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신용카드사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수수료체계 개편은 소액건수가 많은 중소가맹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중소가맹점의 수익 개선은 물론 가맹점별 수수료 격차에서 발생하는 조정실패를 크게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시장에서 중소가맹점이 바라는 민주화는 시장가치와 더불어 시장참가자들이 상생하여 시장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폐해를 줄이고 사회적 합의가 공정하게 집행돼 공동체 가치가 보호되고 사회ㆍ경제적 후생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형 가맹점이 그동안 누렸던 과도한 혜택를 줄이는 ‘통큰 희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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