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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없던’ 워홀을 만나다
회화 · 판화 · 스케치 · 사진 등 2만여점 미술시장 첫 공개…존 굿 크리스티 부사장이 말하는 ‘장기 프로젝트’
대부분 미공개작…희귀성 높아
다양한 종류로 시장여파 작을것
판매대금은 젊은 작가들에 지원

한국인들에 드로잉 권하고 싶어
가격대 저렴…일반인도 도전하길



살아있는 동안 이미 전설이 됐던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1928~1987). 높은 명성만큼이나 미술시장에서도 최고의 블루칩 작가로 꼽히는 그의 작품 2만여점이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워홀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앤디워홀재단은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와 손잡고 재단이 보유해온 작품을 모두 처분키로 했다. 작품 판매로 조달될 약 1억달러(한화 약 1083억원)의 자금은 새로운 시각예술에 종사하는 작가를 후원하는 데 쓰인다. 이 장기 프로젝트의 총책을 맡은 존 굿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현대미술 부문(戰後 및 동시대 미술) 수석부사장을 헤럴드경제가 지난달 말 홍콩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워홀재단이 크리스티를 통해 판매할 2만점은 어떤 작품인가.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 작가 타계 후 재단이 25년간 보유해온 것으로, 350점의 회화와 1000여점의 판화, 수천여점에 달하는 스케치소품, 실크스크린 인쇄화, 사진, 콜라주 등이다. 가격대도 낮게는 4000달러짜리 사진에서부터 100만달러대 페인팅까지 폭이 넓다.

-일각에선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 중엔 수작이 별로 없을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현재 점당 2000만~5000만달러를 호가하는 1960년대 최고 대표작(페인팅)은 없지만 귀한 작품이 적지 않다. 대부분 미공개작이다. 작품이 신통치 않았다면 이를 확보하기 위해 뉴욕의 유명 딜러와 미술관이 나섰겠는가. 더구나 이번 작품은 재단의 보증서가 첨부(앞으로 워홀재단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보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되며, 그 경로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믿고 거래할 수 있다.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다.

-크리스티가 워홀 작품을 일제히 소화하면 미술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거라는 비판도 있다. 

앤디워홀재단이 보유해온 작품을 처분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총책을 맡은 존 굿 크리스티 부사장. 그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워홀의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될 것이다. 가격대도 매우 저렴해 일반 직장인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문가집단이다. 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판매할 것이다. 아울러 판매방법도 경매, 프라이빗 세일, 온라인 경매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할 것이다.

-2만여점이나 쏟아져 나오는데 가격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는.

▶워홀재단의 작품은 유화, 사진, 프린트, 드로잉 등 다양한 가격대로 이뤄져 있고, 이 중 많은 수가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어서 여파는 작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은 어느 정도 기간을 갖고 판매되는가.

▶최소 3~5년, 혹은 그보다 더 길게 판매가 이뤄질 것이다. 일반 미술애호가가 큰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실크스크린 인쇄화, 사진, 스케치소품 등)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첫 온라인 경매가 시행되는데 스케줄은 크리스티 웹사이트를 통해 고지될 것이다.

-작품 판매대금은 재단을 통해 젊은 작가에게 지원된다고 들었다.

▶그것이 워홀의 유지다. 그 자신 혁신적 아티스트였던 워홀은 자신의 전재산이 새로운 비주얼아트(visual art)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지길 원했다. 이에 재단은 지금까지 약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710억원)를 지원했다. 올해는 1300만달러(141억원)가 후원됐다.

-이번 크리스티 홍콩 11월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 프라이빗 세일’이란 이름으로 작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고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회화, 드로잉, 사진, 월페이퍼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를 통해 판매했다. 홍콩 및 아시아 고객이 큰 관심을 보이며 많은 작품을 구매했다. 어떤 고객은 워홀 사진작품이 4000달러라고 하자 ‘진품 맞느냐’고 묻더라. 너무 싸니까 의심하는 거다. 물론 크기가 작은 사진이지만 유니크 피스(유일본)이니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워홀 작품이 경매에서 몇천만달러에 팔렸다느니 하는 뉴스만 접했던 이들에겐 ‘나도 워홀 작품을 살 수 있겠구나’하는 꿈을 꿀 수 있게 할 것이다.

-미술 초보자도 ‘워홀 컬렉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워홀의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될 것이다. 가격대도 매우 저렴해 일반 직장인도 도전해볼 만하다. 워홀 작품은 이제 어떤 컬렉터도 살 수 있다. 그리고 아트 컬렉터라면 워홀 작품을 꼭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지난 34년간 현대미술품을 다뤄왔다. 워홀 작품도 갖고 있나(굿 부사장은 1979년 UC Santa Cruz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 가고시안 화랑 등에서 근무하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가까이 하며 일해왔고, 올 들어 크리스티에 부임했다).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초창기 워홀의 1960년대 페인팅을 아주 저렴한 값에 산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오래전 지인에게 그 작품을 건네는 바람에 지금은 수중에 없다. 아마도 수백억원을 호가할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워홀의 못 보던 작품이 쏟아져 나와 많이 설렌다.

-한국의 컬렉터에게 워홀의 어떤 작품을 권하고 싶은가.

▶여건이 된다면 20만달러대 페인팅을 사는 게 유리하겠지만 2만~3만달러대의 워홀 드로잉을 권하고 싶다. 워홀은 드로잉 작품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드로잉은 아직 시장에서 저평가돼 가격대가 낮다. 장기적 관점에선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초보 컬렉터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다섯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작품(이미지)을 사랑해야 하며, 둘째 신뢰할 수 있는 딜러를 만나야 한다. 셋째로 적절한 가격에 작품을 사야 하고, 자신의 예산 내에선 최고의 작품을 사는 게 중요하다. 어정쩡한 작품 두세 점보다는 확실한 작품 한 점이 훨씬 장래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신예작가와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고루 보유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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