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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교향악단, 리스트 교향시로 ‘치유의 새출발’
재단법인 출범후 첫 특별연주회
세상엔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 외바퀴 수레보다 두 발 달린 수레가 안정적인 것처럼 발전과 균형을 위해선 함께 굴러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의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연주회는 그동안 망가져 있었던 수레바퀴 한쪽을 다시 고치려는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긴 무대였다.

공연 전 무대에 등장한 단원들은 내심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객석에도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살짝 굳어져 있는 단원들의 표정에서 비장함과 동시에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기대감도 엿보였다. 이날 연주에서는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객원지휘자로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 10월 선발된 신입단원 14명도 모두 참여했다.

부활의 첫 시작은 리스트의 곡이었다. 리스트의 교향시 제4번 ‘오르페우스’를 첫 곡으로 선택한 KBS교향악단은 차분한 하프로 시작해 웅장한 관현악으로 진지한 13분을 이어갔다. 마치 오르페우스의 하프 소리로 폭풍을 잠재우려는 듯 그들의 연주는 모든 불화와 반목을 음악으로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KBS교향악단은 2부에서 차이콥스키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G장조를 선보였고, 지휘자 플레트뇨프는 여유 넘치는 동작으로 연주를 이끌어갔다.

곡이 끝나고 객석에서 전해지는 응원의 박수 속에 앙코르 곡이 이어졌고 그제서야 단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날 진눈깨비 내리는 날씨에도 예술의전당에는 2300명의 관객이 모여 재단법인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연주회를 축하했다. 지난 2월 665회 정기연주회 이후 9개월간의 공백기간 동안 어느 누구보다 가슴 아픈 내홍을 겪어야만 했던 단원들은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리려는 듯한 새 출발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공연 직후 이종덕 재단법인 KBS교향악단 이사장은 “비록 갈등이 있었지만 오늘 연주를 시작으로 KBS교향악단은 큰 계기를 맞이하게 됐으며, 이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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