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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극장 무대에서 재현되는 ‘피아니스트의 전설’ 연극 ‘노베첸토’
대니 붓먼 T.D 레몬 노베첸토. 이상스럽게 긴 이름, 노베첸토는 이탈리아어로 1900이라는 의미다.

1900년. 한 선원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선 버지니아호에 버려진 노베첸토를 발견하고 배 위에서 그를 길렀다. 죽을 때까지 버지니아호에서 평생을 살았던 노베첸토는 육지에 발 한 번 딛지 않았고 배 위에서만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이야기는 트럼펫 주자였던 그의 친구 맥스가 그를 회상하며 무대위에 생생하게 재현한다.

실화는 아니다.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극 대본 ‘노베첸토’가 원작으로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란 제목으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영화화하기도 했다. 극단 거미가 모노드라마 형태로 꾸민 이 작품은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되며 놀랍게도 50석 규모의 이 소극장에서 있을 6회 공연 모두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친구 맥스 역의 조판수가 극을 이끌어가지만 역시 돋보이는 건 실제 노베첸토를 보는 듯한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연주. 박종화의 어색한 미소와 연기도 실제 노베첸토가 이 시대에 살아있다면 이런 연주를 했을 것만 같은 인상이다. 태풍이 부는 장면, 피아노 배틀, 노베첸토의 최후를 라흐마니노프와 쇼팽, 모차르트의 곡이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완성한다.

마치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는 듯, 원작엔 없었던 9곡의 피아노 연주가 노베첸토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무대 배경으로 표현된 88개의 건반은 한 음 한 음 노베첸토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나타내려는 듯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나타냈다. 파도소리 등 단순한 효과음도 녹음된 것이 아닌 실제 만들어내는 소리. 피아노 현 위에 탁구공을 올려 독특한 소리를 재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박종화는 재능기부로 연극에 출연했다. “노베첸토와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그는 “평소 연주할 때와는 다르게 연기할 때는 음악을 다르게 해석하고 친다”며 “노베첸토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고자 한다”고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프로덕션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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