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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과 색채를 디자인하는 작가 유코 시라이시, 첫 한국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일본에서 태어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여성작가 유코 시라이시(Yuko Shiraishi . 56)의 첫 한국전이 열리고 있다. ‘SPACE SPACE’라는 제목으로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에서 개막된 시라이시의 전시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공간을 성찰한 작업들이 나왔다.

우선 작가는 전시장 한 편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집을 지었다. 이 공간은 17세기 일본의 전통다실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다다미 넉장반 크기의 면적으로, 사람이 머물기 위한 최소 크기를 상징한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다실의 틀을 만들어놓고, 뻥 뚫린 바닥 중심에 원형의 빛 기둥을 만들어 천정으로 쭉 뻗게 했다. 이에 따라 건축적 공간이 우주와 겹쳐지는 상상의 통로가 됐다.

시라이시는 설치작업과 함께 아름다운 채색의 대작 추상회화 8점도 선보였다. 그림에는 작은 점이 알알이 박혀 있는가 하면, 가늘고 굵은 띠가 가로지르기도 한다.


작가는 “그림 속 작은 점은 하늘의 별이자 인간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이기도 하다. 회화의 기본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의 미니멀한 회화는 맑고 명징한 색채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등 저마다 다른 빛깔의 단색회화는 볼 때마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일체의 기교를 배제하고 간결함을 추구한 그림은 마치 수도자가 수행하듯 정교한 붓질로 완성된 것이다. 작은 점 대신 단색의 수평선이 화폭을 가로지르는 그림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으로 이뤄진 추상회화다.

그는 런던 BBC방송국과 운하,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미술관, 일본과 런던 소재의 병원 등에 깔끔하고 명징한 색면회화를 선보이는 공공 프로젝트도 여럿 시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내 회화에서는 색채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색채는 인간의 DNA와 같다”며 “공공미술작업을 할 경우 색상을 장소에 따라 바꾼다. 이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02)735-8449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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