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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임기 말 MB, 치수평천하 만큼은…
“(올해 한국에는) 과거보다 3배나 많이 비가 왔지만 소화했다. 태풍 후 4대강이 이렇게 필요한 것인가 깨달은 사람이 더 많다.”

지난 10일 태국 강 정비사업 수주 지원을 위해 방콕 차오프라야 강과 랏포 수로 시찰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아직도 국내에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찬반이 있지만, 지난해 국토의 70%가 물에 잠긴 홍수를 겪으며 대대적인 강 정비에 나선 태국은 이 대통령에 깊이 공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랏포 수로는 1995년 기존 자연운하를 정비해 수문을 건설하자는 푸미폰 태국 국왕의 아이디어에 따라 2005년 9월 완공됐다. ‘개념상’ 4대강 사업의 축소판이다. 태국인은 국왕의 선견지명에 감복하며, 좀더 일찍 했다면 지난 홍수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이 대한민국의 30%인 태국이 4대강 비용(22조원)의 절반이 넘는 무려 12조4000억원을 강 정비에 투입하는 것은 그 증거다.

강(江)에서 문명을 시작한 인류에게 치수(治水)는 통치자의 최대 임무다. 중국 고대 통치자의 표본으로 꼽히는 요(堯), 순(舜), 우(禹) 임금은 모두 치수 전문가였다. 이 대통령도 치수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청계천 복원이란 치적을 이뤘고, 4대강 정비를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내년 1월 태국 치수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국내 치수로 정권을 시작해 해외 치수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셈이 된다.

본지가 동행한 이번 수로 시찰에서도 이 대통령은 건설사를 경영하고 강 정비사업을 주도했던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브리핑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4대강 모델이 가장 적절하다는 인상을 태국 측 참석자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태국 부총리도 “물 관리에 정통한 대한민국과 이 대통령에 깊은 조언을 구한다”고 인정했다.

국민과의 소통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토의 ‘물소통’만큼은 해외수주전(戰)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이 대통령이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정치는 몰라도 비즈니스와 치수에서만큼은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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