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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간에 쫓기는 단일화, 결국 졸속 아닌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양측 캠프 실세들의 개입으로 점차 본게임 양상을 띨 모양이다. 워낙 시간이 촉박한지라 경우에 따라서는 후보 간 담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연일 단일화 협상이 권력 나눠먹기 식 야합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더하지만 현재 추이대로라면 협상은 속도를 더할 것이고 결국은 단일화를 이루어 여당을 난감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듭 지적하는 바지만 유권자들이 야권 단일화의 명분과 현실성을 수용하든 안 하든 그것이 단순한 정치학적 권력분배 수준을 넘어서려면 무엇보다도 그 과정과 협상내용이 최소한의 민주적 대의와 공적 합리성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협상이 국민을 납득시키는 대의를 추구하기보다는 누가 이기느냐 또는 누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느냐의 이익배분 게임으로 전락한다면 야권 단일화의 명분도 잃고 국민 지지라는 실리도 잃는 그야말로 온전한 공동 ‘루저’로 추락할 수 있다.

물론 두 후보 모두 절체적 단일화 압박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무한정 제 몫만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명분과 체통을 갖춘 협상의 모양을 방해하는 최대 암초는 바로 시간이다.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이후 겉보기에는 원만하게 실무협의가 진행되는 듯하나 총론 합의의 뒤편에서는 중요한 핵심적 전략요소들을 놓고 서로 기선 제압을 다투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선 합의된 네 개의 협상 테이블 중 먼저 합의된 새정치선언 팀은 양측의 내용적 시각차가 꽤나 큰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진통 없이 조기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축소나 중앙당 폐지 등 몇몇 이견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의 큰 명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복지 팀도 심각한 대치점이 없어 쉽게 합의될 것이다. 외교안보 팀은 조율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핵심적 차이를 적당히 얼버무리는 형태로 합의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단일화 방식 협의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정적 이해가 걸린 때문이다. 결국은 시간에 쫓겨 단일화 명분까지 일부 희생하면서 권력분배형 절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경우 국민들이 얼마나 그 절충의 불가피성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다. 그것이 신당 형태이든 공동정부 형식이든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결국은 그들이 그토록 섬겨온 ‘국민’ 설 자리는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이것이 단일화의 가장 큰 맹점이란 걸 당사자들은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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