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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대선후보 골목상권 지키기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조금 깎아준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 대선후보들의 선물은 당장의 위안에 불과할 뿐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생계형 창업 수요를 흡수하는 게 우선이다.


엊그제 보도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한자리에 모여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다. ‘골목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대표자 회의’가 열린 자리다.

이날 세 후보는 시장의 정의를 수호하는 사도(使徒)이자 산타클로스였다. “경제민주화를 하는 이유가 바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것”(박근혜 후보), “공존의 경제, 상생의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문재인 후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상인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타깝다”(안철수 후보)….

물론 선물보따리도 잊지 않았다. 신용카드와 은행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특별법 제정, 임대료조정위원회 설치 등 걸칠 만한 건 모두 공약으로 풀어놨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비임금근로자 기준 대략 712만명 정도다. 후보들이 공을 들이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를 지켜보는 자영업자들의 속내는 어떨까. ‘불행의 시대가 거(去)하고 행복 시대가 내(來)하도다…’라며 반색할까. 수수료와 임대료 깎아주고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경쟁력이 살아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 생각할까. 글쎄….

골목상권은 정의감에 호소하고, 규제나 정책만으로는 결코 지켜지지 않는다. 후보들의 선물이 당장 위안은 될지 모르지만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각 후보 캠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생계형 창업은 곧 무덤’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실제 창업자의 17%는 1년 내 문을 닫고, 절반이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무덤을 향한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14만명이 더 늘었다. 일자리 잃은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자영업자 비율(2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은 이런 까닭이다.

한 집 건너 피자집, 통닭집이니 사업이 잘될 리 없다. 이는 곧 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퇴직금 등 이돈 저돈 끌어들여 창업을 했다가 본전은 고사하고 빚만 잔뜩 짊어지고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이게 ‘창업의 공식’이다. 그리고 곧장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같은 악순환 구조의 고리를 차단하는 게 자영업자 문제 해결의 요체다.

결론은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확보해 창업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다. 열 가지 복지보다 일자리 하나가 훨씬 효과적이다. 생계형 창업자들은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구직을 택할 확률은 99.9%다.

그다음은 경쟁력 높이기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는 경쟁력 갖추기는 대기업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당당히 경쟁하고, 100년 된 과자점이 성업 중인 일본의 자영업 성공사례를 밤 새워 연구해야 길이 보인다.

이쯤이면 대선후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어설픈 수호신 흉내를 낼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각론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지도자다. 차고 넘치는 캠프의 전문가와 치열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다만 농어촌 구조조정에 준하는 정책적 배려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와 시장의 보호에 안주해선 결코 살아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용기 역시 지도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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