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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다방의 재발견
천재 시인 이상이 백부에게 양자로 들어가 세 살 때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살던 통인동 집의 일부가 ‘제비다방’이란 간판을 걸고 지난 26일 문을 열었다. 원래 145평이나 되는 너른 집터지만 잘게 나뉘어 여러 채의 한옥이 들어서면서 최근까지 이불집, 방앗간이 있던 자리다. 다방 ‘제비’는 이상이 요양차 황해도 배천 온천에 갔다 만난 금홍을 마담으로 앉히고 경영한 30년대 모더니스트들의 요람이었다. 그러나 경영은 쉽지 않아 제대로 차도 갖춰 놓지 못하고 금홍이 떠나면서 문을 닫고 만다. 이상의 다방 취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인사동에 카페 ‘쯔루(鶴)’를 냈지만 이도 얼마 못가 문을 닫고, 종로 광교 다리 근처에 다방 ‘식스ㆍ나인(69)’을 개업하려다 상호가 문제돼 영업허가가 취소됐다. 이상은 다시 명동에 다방 ‘무기(麥)’를 냈다가 문을 열기도 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만다. 이쯤 되면 취향을 넘어 집착처럼 보인다.

근대화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이 처음으로 창업한 다방은 1927년 봄, 영화감독 이경손이 종로구 관훈동에 개업한 ‘카카듀’가 시초다. 이후 1929년 종로2가 YMCA 근처에 ‘멕시코’가 생겼지만 둘 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술집으로 바뀐다. 6ㆍ25전쟁 후 생긴 다방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은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에 문을 연 삼양다방이다. 1953년 문을 연 삼양다방은 오랫동안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커피전문점에 밀려 폐업 직전이다. 유서깊은 진해 흑백다방이 얼마 전 문을 닫자 위기감이 커진 커피동호인들이 삼양다방 살리기에 나섰다. 모금운동을 펴고, 12월 초에는 남양주시 커피박물관에서 후원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근대생활문화유산으로서 다방을 다시 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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